작년 9월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 "업무 너무 많아 힘들고 아쉬워"
[동해안 산불] "코로나19부터 산불까지" 행정력 과부하 걸린 공무원
"코로나19 지원 업무로 지친 상태에서 선거와 며칠째 이어진 산불까지 견디기 힘들지만 해야지요.

"
강원 강릉시 옥계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최중진(52) 계장은 지난 5일 오전 1시 8분께 시청 재난안전과 등에서 담당 지역인 옥계면 남양리 산 453의 1번지 주택에서 불이 나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4일 치른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 관리를 위해 면사무소에서 잠을 자던 중이었다.

차를 몰고 현장을 가면서 직원과 이·반장 등에게 연락을 취해 산불 사실을 알리면서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강풍을 타고 산불은 거세게 확산 중이었다.

다시 면사무소로 돌아와 삽과 등짐펌프, 갈퀴 등 각종 진화 장비를 챙기고 상황실이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 업무에 들어갔다.

산불은 강풍과 함께 인접한 동해시까지 확산했다.

본청을 비롯한 시 공무원들은 물이 든 등짐 펌프를 지고 갈퀴와 삽 등을 들고 옥계 산불 현장에 투입돼 진화작업에 나섰다.

4일 오후 10시 20분께 강릉시 성산면 송암리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에 밤새 동원됐으나 쉬지도 못하고 옥계 산불에 투입된 것이다.

현지 지리와 실정에 밝은 면사무소 직원들은 외부에서 지원 온 진화 인력들에 상황을 알리고 구호 물품과 물자를 받아서 배부하는 업무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진화대원과 단체에는 주민들과 함께 때마다 밥과 간식을 제공했다.

[동해안 산불] "코로나19부터 산불까지" 행정력 과부하 걸린 공무원
그 와중에 면사무소에는 강릉시가 지원하기로 한 코로나19 상생지원금 관련 전화 문의도 빗발쳐 눈코 뜰 새가 없다.

5일 새벽 발생한 산불은 거센 바람을 타고 좀처럼 꺼지지 않았고 시 공무원 대부분은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현장에서 밤을 새우거나 쪽잠을 자고 현장에 투입되기를 반복했다.

산불이 좀 잦아든 7일 오후 8시께 최 계장은 강릉 시내에 있는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탓에 8일 오전 5시 30분에 출근,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회의를 준비해야 했다.

8일까지 산불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직원들은 이날 오전에 받은 선거 물품을 오후 투표소에 설치했다.

동해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5일 새벽 강릉 산불이 동해로 넘어오자 오전 4시 23분 전 직원 비상 소집이 내려졌다.

작년 9월에 임용된 동해시 문화체육과 김용빈(30) 주무관은 야간산불에 2번, 주간에 1번 각각 투입됐다.

오후 6시에 투입돼 밤새 진화작업을 벌이고 다음 날 오전 6시 녹초가 돼서 끝났다.

또 틈틈이 자기가 맡은 업무를 처리하고 진화를 위해 산불 현장에 투입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산불은 8일 현재 꺼지지 않았고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동해안 산불] "코로나19부터 산불까지" 행정력 과부하 걸린 공무원
김 주무관을 비롯한 강릉과 동해시를 비롯한 시군 공무원 상당수는 9일 오전 5시까지 선거사무를 위해 투표소 등에 지원 나가야 한다.

김 주무관은 "새내기 공무원으로서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업무가 너무 많아 힘들고 업무를 적기에 처리하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다"며 "특히 이번 산불은 위험해서 약간의 두려움까지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지방직 공무원은 현업은 물론 선거업무, 재난지원금, 코로나19 대응 등에 투입돼 행정력 과부하로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에 대형산불까지 겹쳐 직원들의 건강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