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원소 주기율표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수소입니다. 원소 기호는 H, 원자 번호는 1입니다. 가장 가볍고 우주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풍부합니다. 당장 바닷물을 전기분해하면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수소가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 부상하는 것은 놀랍고 반가운 일입니다.

수소는 재생에너지 시대의 마지막 퍼즐로도 꼽힙니다. 재생에너지가 지닌 간헐성이라는 치명적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빛과 바람에 좌우되는 태양광발전, 풍력발전은 조건이 좋을 때는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릴 만큼 전력을 생산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발전량이 급감합니다. 발전량이 치솟을 때 남는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해두고 부족할 때 활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양수발전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를 그린수소라고 부릅니다.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의 결합은 탈탄소 사회로 가는 가장 이상적인 해법입니다.

수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그린수소는 원유처럼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중요한 교역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린수소를 대량생산할 만큼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원유에 이어 그린수소 수출국이 될 가능이 높습니다. 사막의 풍부한 햇빛 덕분입니다.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편중 현상이 덜해 새로운 자원 부국도 등장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그린수소 수입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청정 수소 해외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데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전기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해 저장하고, 다시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수소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소는 액화하려면 영하 253℃까지 내려가는 극저온이 필요한 만큼 운반도 난관입니다. 전기분해 장치인 전해조 가격이 비싸 아직은 경제성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를 돌파하기 위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압파쇄라는 신기술이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을 가져온 것처럼 그린수소 시대를 열 혁신기술의 등장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이 그 주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