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300만 명 시대다. 해외 주식 거래 수요는 급증했지만 정작 거래 방법은 불편했다. 밤을 새우며 호가 창을 들여다봐야 했다. 지난달 삼성증권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증권업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판을 바꾼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후 11시30분~오전 6시에 거래할 수 있었던 미국 주식을 오전 10시~오후 5시30분에도 거래할 수 있게 해줬다. 서비스 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거래대금이 3472억원, 이용자는 약 9만 명에 달한다.

삼성증권이 이 서비스를 처음 기획한 것은 2019년. 미국 주식 거래금액의 50% 이상이 미국 정규 증시 개장 초반 2시간(오후 10~12시)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였다. “밤샘 거래가 너무 불편하다”는 개인투자자의 하소연도 자주 들었다. 사재훈 삼성증권 부사장은 “투자자가 가장 불편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2년간 미국 주식을 오후에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지만 별 수단이 없었다. 한국 시간으로 낮에도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현지 증권사와 대체거래소(ATS)를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미국 프리·애프터마켓 거래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내놨지만 근본적인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마리를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구글에서 우연히 찾은 ‘미국 ATS인 블루오션이 개별 종목에 대한 야간거래를 승인받았다’는 작은 단신 기사가 단서가 됐다. 글로벌주식영업팀은 기사를 읽자마자 블루오션 측에 줌 회의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예상과 달리 30분 만에 답장을 받았다. 미국 주식을 낮에 거래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삼성증권이 1년간 독점 서비스하기로 계약까지 해버렸다. 서비스 초기엔 유동성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글로벌 최대 시장조성자인 제인스트리트와 제휴를 맺었다. 1000여 개 종목에 대한 실시간 호가와 유동성을 공급받기로 했다.

진가는 곧 발휘됐다. 지난달 24일 오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면서 미국 주요 지수 선물이 크게 하락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삼성증권을 통해 미국 선물시장에서 테슬라, ProShares QQQ 3배 상장지수펀드(ETF), 애플 등을 저가 매수했다. 다음날 새벽 정규장에서 테슬라와 ProShares QQQ 3배는 낮거래 종가 대비 각각 9.2%, 18.2% 오른 채 마감했다. 공포를 과하게 반영하는 선물지수의 특성을 활용해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것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