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양자암호 보안기술 글로벌 표준 상당한 진척"
“차세대 보안기술인 양자암호 시장을 일부 과학기술 선진국만 독식하게 둘 수는 없습니다. 중간자 위치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도 양자암호로 승부를 걸 만합니다.”

김형수 KT 융합기술원 팀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양자암호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면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 원천기술 선두국들과 함께 ‘큰 판’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통신 분야 세계 최대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SG13의 한국 국가대표단 수석대표를 맡아 양자암호 네트워크 통신기술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SG13은 전기통신 표준화 부문 미래 네트워크 연구반을 뜻한다.

양자암호는 미국처럼 물리학 등 기초 학문이 튼튼한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도 양자암호 신시장에서 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팀장의 판단이다. 그는 “외국이 원천기술·장비 개발에 몰두할 때 한국은 상용화 사업 모델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표준을 주도하면 된다”며 “주요국이 자국 기술 노출을 극히 꺼려 국제적 표준 제안 등에 매우 소극적인 것도 역으로 보면 한국에 기회”라고 말했다. 독일과 일본이 각각 양자암호 통신 장비를 개발한다면, 이들 국가의 양자암호 통신 회의에는 한국 표준을 연동하게 하는 식이라는 설명이다.

김 팀장 등은 지난달 말 양자암호통신 서비스 품질평가 기준으로 ITU로부터 국제표준 승인을 받았다. 이 분야에서 표준 승인을 받은 세계 최초 사례다. KT는 2019년부터 양자암호 관련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ITU가 승인한 양자암호 통신 네트워크 표준의 절반이 KT가 내놓은 안으로 채택됐다. KT의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 등 두 건도 ITU 표준 최종 채택을 위해 회원국 회람 절차를 거치고 있다.

김 팀장은 “초반에 표준을 주도하면 이후 다른 나라에서 제시하는 안을 검토할 권한까지 생기기 때문에 상당한 시장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표준을 국내 장비업체에 빠르게 적용해 양자암호 시스템을 국산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