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년 만에 중저가 아이폰을 선보인다. 그간 10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폰을 주로 선보이던 ‘고가 전략’에 비춰보면 눈에 띄는 변화다. 가격은 50만원대지만 ‘최신형 두뇌’를 장착해 성능을 강조했다. 애플이 중저가폰 시장에 본격 참전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격변을 예고했다.

9일 애플은 온라인으로 신제품 공개행사 ‘스페셜 이벤트’를 열어 4.7인치 크기의 아이폰SE(스페셜 에디션) 3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최신 두뇌 장착한 '반값 아이폰' 출격
오는 18일부터 예약이 가능한 아이폰SE 3세대 가격은 약 59만원(약 429달러)부터 시작한다. LTE 모델로 출시된 아이폰SE 2세대보단 가격이 소폭 올랐지만, 5세대(5G) 이동통신 아이폰 중에선 가장 저렴하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애플이 이전에 내놓은 보급형 제품은 2020년 아이폰SE 2세대가 유일하다.

애플은 “아이폰SE는 업계 최고 성능과 최첨단 기능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A15 바이오닉 칩셋 덕분이다. 지난해 애플이 선보인 플래그십 아이폰13 시리즈에 장착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아이폰13처럼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고 고기능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애플은 이날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에어 5세대, 시스템온칩(SoC)인 M1울트라와 이를 장착한 고성능 PC 맥스튜디오 등도 함께 선보였다. M1울트라는 애플 자체 설계 PC 칩인 M1 시리즈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기존 최상위 라인업이던 M1맥스 칩 2개를 회사 고유 패키징 아키텍처인 울트라퓨전 방식으로 이어 붙인 제품으로, 장착된 트랜지스터만 1140억 개에 달한다.

애플에 정통한 증권사 TF인터내셔널의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올해 아이폰SE 출하량을 2500만~3000만 대 수준으로 예측했다. 전작인 아이폰SE 2세대는 출시 해인 2020년 2020만 대가량이 팔리며 세계 판매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의 참전으로 글로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중저가 시장은 갤럭시A·M·F 시리즈 등 다양한 보급형 라인업을 앞세운 삼성전자가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발열 억제를 위해 성능을 제한했다는 ‘GOS(게임최적화서비스) 논란’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올해도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기 위해 세계에 다양한 중저가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중저가폰은 수익성이 높진 않다. 그러나 많이 팔린다는 게 강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갤럭시폰 중 가장 저렴한 갤럭시A12(5180만 대)였다. 갤럭시A12는 단일 모델 중 처음으로 연간 출하량 5000만 대를 넘어섰다.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사도 중저가 신제품을 줄줄이 내놓고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