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노, AI로 심정지 미리 알려준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 환경은 더 악화됐으나 뷰노는 급변한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재택치료 증가로 비대면 의료가 대중화할 낌새를 보이자 인공지능(AI) 원격진단으로 사업을 넓혔다. 생체신호 기반 AI 진단시장을 새로 열겠다면서 최대주주인 이예하 창업자(사진)가 다시 대표직에 복귀했다. AI 진단은 창업 초기부터 꿈꿔온 사업이었다.

“15시간 전에 심정지 알려줘요”

9일 서울 반포동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심장 이상 징후를 미리 알려주는 가정용 의료기기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AI 분석’에서 ‘AI 진단’으로 주력 사업의 중심축을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뷰노, AI로 심정지 미리 알려준다
AI 진단 야심작은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인 ‘딥카스’와 AI 기반 심전도 분석 솔루션인 ‘딥ECG’다. 딥카스는 병원 입원 환자용이고 딥ECG는 앱과 연동해 가정에서 사용 가능한 휴대용 기기다. 둘 다 국내 최초로 AI를 기반으로 심장 관련 질환을 예측한다.

딥카스는 혈압과 맥박, 호흡수, 체온 등 입원 환자의 활력 징후를 측정해 24시간 내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실시간으로 분석, 점수로 표시하는 머신러닝 기반 소프트웨어다. 딥카스가 처리한 결과값을 토대로 심정지 발생 위험이 있는 환자를 미리 찾아내 예방 조치가 가능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실제로 평균 15.78시간 전에 정상-비정상 분류 성능지표(AUROC) 기준 0.865의 심정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15.78시간 후 심정지가 일어날 가능성을 86.5%의 정확도로 예측한다는 의미다.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확정돼 보험급여 절차를 진행 중이며 서울대병원 등 다섯 곳에서 임상연구를 하고 있다.

정확도 높인 심전도 측정기 ‘첫선’

딥ECG는 내원할 필요 없이 조기에 심장 이상 징후를 탐지해 주는 가정용 의료기기다. 볼펜보다 작은 크기의 기기에 양 손가락을 대면 ECG 데이터가 탐지돼 앱을 통해 분석된다. 갤럭시워치 등 기존 스마트워치와 다른 점은 정확도다. 3차원의 심장을 여섯 가지 방향에서 측정해 데이터를 얻는다. 병원에서 하는 ECG 검사와 거의 비슷하게 구현했다. 이 대표는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유의미한 데이터”라고 했다.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인허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뷰노는 앞으로 딥ECG에 더 많은 질환 진단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휴대용 심전도 기기에 AI 의료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제품은 국내 최초다. 이 대표는 “2023년부터 심부전, 심근경색, 만성콩팥병(신부전) 등을 진단 대상 질환으로 추가할 것”이라며 “고령화로 인해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해외에서 성과 낼 것”

뷰노의 출발은 AI 영상진단이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기술력으로 차별화하려면 생체신호 AI 분야가 더 승산이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이 대표가 다시 나섰다. 지난 2월 대표를 다시 맡았다. 그는 2014년 뷰노를 공동 창업하고 대표로 지내다 2020년 집행임원제를 도입하면서 대표직을 내려놓고 연구개발에만 집중해왔다. 지난 2년간 생체신호 기반 AI 의료기기 부문을 이끌면서 개발한 게 야심작인 AI 진단 의료기기다. 뷰노는 최근 영상의료그룹과 생체신호그룹으로 나뉘었던 조직을 한데 합치는 등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올해는 일본과 대만,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에선 올해를 뷰노의 본격 성장 기점으로 보고 있다. 뷰노는 지난해 22억원의 매출과 17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 대표는 “공격적인 사업 전개 및 확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