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신약 개발사들이 신약이 아니라 탈모 화장품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고 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을 활용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찾으려는 전략이다.

바이오니아는 리보핵산(RNA) 기술을 활용한 탈모 완화 기능성 화장품 ‘코스메르나’(사진)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 독일 화장품 평가 기관인 더마테스트의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를 받았다. 코스메르나는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는 물질인 ‘소간섭 리보핵산(siRNA)’을 탑재하고 있다. siRNA는 RNA 기반 신약 개발에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2018년 미국에서 세계 첫 RNA 치료제로 허가받았던 희귀유전병 치료제인 앨나일람의 ‘온파트로’가 대표적이다.

바이오니아는 올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을 냈지만 안전성, 작용 방식 등의 입증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신청 반려 결정이 내려지면서 해외 진출로 방향을 틀었다. 바이오니아는 4주간 두피에 도포하는 안전성 시험 등을 추가로 거친 뒤 오는 9월께 유럽 임상을 마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안전성 시험 결과를 확보하면 유럽 화장품 인증인 CPNP 등록이 가능하다”며 “이 등록을 마친 뒤 유럽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RNA 신약 개발사인 올리패스는 자회사인 올리패스알엔에이를 통해 탈모 관리 화장품 시장 진출에 공들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통해 머리에 바르는 앰플 출시를 위한 온라인 펀딩을 했다.

올리패스는 인공유전자를 활용해 탈모 관련 유전자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올리패스알엔에이는 당초 사명이 올리패스코스메슈티컬즈였지만 RNA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을 내놓겠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사명을 바꿨다.

줄기세포 배양액으로 화장품을 개발하던 바이오 벤처들도 탈모 관리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지난해 10월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를 출시하고 석 달 만에 약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샴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7억원을 기록했다.

메디포스트도 자회사 셀리노를 통해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단백질로 탈모 관리용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일동제약은 프로바이오틱스 발효물을 담은 샴푸를 지난해 말 출시했다.

보령제약은 탈모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스페인 알미랄이 개발한 탈모약 ‘핀주베’의 국내 판권 계약을 맺으면서다. 핀주베는 먹는 약으로 처방되던 피나스테리드를 모발에 뿌리는 형태로 개발한 제품이다.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가 목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