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6일째 지속하면서 산림 피해 면적이 크게 늘었다. 강원 강릉·동해 산불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경북 울진, 강원 삼척 산불은 좀처럼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양상이다. 정부는 13일까지 모든 주불을 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건조한 대기, 강한 바람 등 날씨 영향이 커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울진·삼척 산불 '역대 최장' 가나…주말에 비 내려야 주불 잡힐 듯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4~5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 등으로 총 2만2711㏊ 규모의 산림이 불에 탔다. 이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2만3794㏊)에 육박하는 규모다.

산림 피해 면적이 가장 큰 울진(1만7418㏊)은 화선이 길고 산세가 험해 진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울진·삼척의 산불 진화율은 75% 수준이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전부터 헬기 82대, 인력 3900여 명을 투입해 집중 진화에 나섰다. 특히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의 산불 확산세를 막는 데 총력전을 펼쳤다.

금강송 군락지는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지난 8일 한때 불길이 넘어오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보호구역 경계 부근으로 수시로 접근해 산림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릉·동해 산불이 진정 국면이어서 울진 산불 진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진화 작업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해 오는 13일까지 주불 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때까지 산불이 이어지면 역대 최장 기간 계속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9일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진화의 최대 관건은 건조한 대기, 강한 바람 등 날씨 변수다. 10일엔 동해안 일대에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보돼 불길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불이 장기화할 경우 산림당국 입장에선 13일로 예보된 비가 최대 ‘우군’이 될 수 있다. 2000년 동해안 산불도 마지막 날 비가 내리면서 대부분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울진에선 한우 14곳, 양봉 18곳 등 총 32곳의 축산 농가가 피해를 봤다. 한우 송아지 5마리가 폐사하고 벌통 2200군이 전소됐으며 축사 및 축산시설 11곳도 파손됐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