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네 번째), 김기현 원내대표(두 번째)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9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대선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박수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준석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네 번째), 김기현 원내대표(두 번째)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9일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대선 개표상황실에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박수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은 9일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방송 3사 출구조사가 예상 밖으로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출구조사 발표 직전까지 내부 조사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낙승’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라는 사실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개표상황실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저녁 7시30분께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순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는 깊은 침묵이 깔렸다. 2~3초 뒤에야 ‘와’하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금이라도 이긴 것으로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작은 차이라 의외라고 생각한다”며 “조사는 조사니까 개표를 통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겉으로는 출구조사 발표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심 야권 단일화 효과로 인해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이날 오전에는 이양수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전 10시쯤에는 (윤 후보가) 현충원을 갈 것 같고 이후 당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당선 이후 행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원희룡 선대본 정책본부장은 출구조사 발표 10여 분 전 상황실에 도착해 청년보좌역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결과가 공개되자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실시간 TV 중계를 지켜봤다.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JTBC 출구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왜 이렇게 나오는 거야”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윤재옥 선대본 부본부장은 “생각보다 차이가 안 나네”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선대본 관계자들은 개표가 진행 중인 밤 9시 무렵 하나둘씩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내부 조사 결과 8%까지 이기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렇게까지 격차가 좁혀질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작은 격차나마 이기는 게 어디냐”는 반응도 있었다. 선대본 한 관계자는 “이기는 게 중요한 것이다”고 했다. 다만 “이겨도 큰 차로 이겨야 국정 운영 동력이 생기는데”라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역별 출구조사가 차례로 공개되면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는 환호와 탄식이 차례로 지나갔다. 서울에서 윤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자 선대본 관계자들은 “오오”하며 기뻐했지만 경기 지역에서 다소 뒤지자 금세 “아아”하며 탄식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6시까지 페이스북에 두 차례 글을 올려 투표를 독려했으나 늦은 밤까지 개표 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