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을 모두 수입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투자하는 것도 금지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수입 금지 대상에는 러시아산 원유뿐 아니라 가스, 석탄까지 모두 포함한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자금을 대는 것도 차단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일으킨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겠다”며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확보하는 데 강력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살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푸틴이 한 도시를 점령할 수 있겠지만 결코 나라 전체를 장악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 등 동맹국과 함께 보조를 맞춘 기존 제재와 달리 미국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제재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 중 러시아산 비중은 3%가량이다. 러시아산 가스는 쓰지 않는다.

EU는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수입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이날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 화석연료에서 독립하기로 했다. 영국은 자국 수요의 8%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