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구민회관에 설치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서울시 중구구민회관에 설치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를 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개표 후반 서울과 충청, 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서면서 ‘승기’를 굳혔다.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2시 기준(개표율 82.52%)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0곳에서 이 후보를 눌렀다. 이 후보가 앞선 지역은 7곳이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도 10%대 지지율을 얻어 ‘선방’했다. 이 후보는 경기·인천에서 윤 당선인을 소폭 앞섰지만 판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방송사 출구조사의 연령별 득표 예상에서도 윤 당선인은 60대 이상과 20대 남성 연령대에서 이 후보를 큰 차이로 눌렀다.

尹, 서울·충청에서 李 눌렀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2시 전국 기준 48.69%의 득표율을 기록해 이 후보(47.75%)를 앞섰다. 무엇보다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서울에서 이 후보를 제친 점이 결정적이었다. 윤 당선인은 50.64%로 이 후보(45.67%)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서울 민심을 흔들었고, ‘부동산 표심’이 결국 최종 대선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에선 이 후보가 50.44%로 윤 당선인(46.16%)을 앞섰지만 격차를 뒤집기에는 부족했다. 경기 지역은 가장 많은 유권자인 1142만8857명이 있는 지역으로, 민주당은 수도권을 막판 승부처라고 보고 유세 화력을 집중했다. 인천은 이 후보 48.68%, 윤 당선인 47.32%로 박빙이었다.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국민의힘 ‘텃밭’이라는 지역 구도의 기본 틀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영남에서 윤 당선인이 50~70%대의 지지를 얻어 이 후보를 크게 눌렀다. 대구(윤 당선인 75.37%, 이 후보 21.45%)와 경북(윤 73.08%, 이 23.54%)에서 격차가 컸다. 부산(윤 58.48%, 이 37.94%), 경남(윤 59.56%, 이 36.19%), 울산(윤 54.97%, 이 40.25%)에선 이 후보가 30% 후반대~40% 초반대 득표율을 얻었다.

광주에서는 이 후보 85.29%, 윤 당선인 12.32%로 이 후보가 크게 우세했지만 보수정당의 ‘열세 지역’임을 고려할 때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전남에서 11.01%, 전북에서 14.28%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측이 당초 호남 지지율 목표치로 내걸었던 30%에는 못 미쳤지만, 역대 보수정당 후보의 호남 최고 득표율인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10.3%를 넘어섰다.

충청에서도 윤 당선인이 앞섰다. 충남은 윤 당선인 51.29%, 이 후보 44.77%였고, 충북은 윤 당선인 51.06%, 이 후보가 44.78%를 득표해 이 후보를 눌렀다. 대전에서도 윤 당선인 49.77%, 이 후보 46.30%였다. 세종은 이 후보가 51.70%, 윤 당선인이 44.28%였다. 강원 지역도 윤 당선인(54.63%)의 득표율이 절반을 넘었다. 다만 제주는 이 후보 득표율(52.55%)이 더 높았다.

이대남·60대에서 尹 ‘압도적 지지’

세대별로 보면 윤 당선인은 20대 남성과 60대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9일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KEP(KBS MBC SBS) 공동 출구(예측)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그동안 ‘맞춤형 공약’을 내온 20대 남성 중 58.7%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 후보의 20대 남성 득표율 추정치 36.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반면 20대 여성은 58.0%가 이 후보를, 33.8%가 윤 당선인을 택한 것으로 예측됐다. 윤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걸었고, 이 후보는 윤 당선인을 ‘갈등 유발자’라고 비판하면서 ‘이대녀’(20대 여성)를 향해 한 표를 호소했다. 남녀를 합친 20대 지지율은 이 후보가 47.8%, 윤 당선인이 45.5%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尹, 서울·충청·강원·영남서 李 눌러…경기·인천서도 호각
출구조사에서 30대 득표율은 이 후보 46.3%, 윤 당선인 48.1%로 박빙이었다. 30대 역시 남성은 윤 당선인을 더 많이 지지했고(윤 52.8%, 이 42.6%), 30대 여성은 이 후보를 더 많이 찍은 것(윤 43.8%, 이 49.7%)으로 추정됐다. 다만 두 후보의 예상 득표율 격차는 윤 당선인에게 우호적이던 남성에서 더 컸다. 2030세대는 전체 유권자 4416만8510명의 30%(20대 659만 명, 30대 667만 명)를 차지하는 만큼 일찌감치 여야 대선 후보의 주요 타깃층으로 꼽혔던 연령대다.

60대 이상 연령대에선 윤 당선인이 3분의 2가 넘는 67.1%의 지지를 받아 이 후보(30.8%)를 출구조사에서 압도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40대 표심은 이 후보(60.5%)에게 쏠렸고, 50대 역시 이 후보(52.4%)가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 윤 당선인(43.9%)에게 앞섰지만 판세를 바꾸지는 못했다.

고은이/송영찬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