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첫날인 10일부터 맞닥뜨려야 하는 정치 현실은 국회에서 172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다. 정의당까지 합친 범야권 의석은 178석으로 전체 국회 의석수의 60%를 차지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06석에 그친다. 윤 당선인은 정부 출범을 위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부터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까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어렵다. 10대 대선 공약 중 대통령의 자율권이 큰 외교·안보를 제외한 9가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민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선 이런 정치 현실 때문에 윤 당선인이 여당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정계 개편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 전남선거대책위원회 출범 때 “정권 교체를 위해 민주당에 갈 수 없어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곧바로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만 같으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당위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가에선 ‘윤석열 신당설’이 돌았다.

윤 당선인의 정치적 멘토라고 할 수 있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장으로 영입됐을 때도 선거 후 정계 개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 퍼졌다. 민주당 비주류 출신인 김 전 대표는 2012년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한 뒤 창당과 합당을 거듭할 당시 정계 개편 과정을 주도했다. 당시 무소속인 안철수 의원과 함께 창당한 신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이다.

국정 운영의 다른 한 축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정계 개편 시나리오에 빠지지 않고 오르내린다. 윤 당선인은 안 대표와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대선 직후 곧바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인사들이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과정에 금태섭·김성식 전 의원 등 중도·개혁 성향 정치인들이 동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두고 신당을 창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인위적인 정계 개편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 경험이 전무한 윤 당선인이 정치권에 개입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도 당무 우선권을 활용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할 수 있었지만, 공천 심사엔 철저하게 거리를 뒀다. 여소야대 상황에 대해서도 “대통령이든 의회든 헌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며 헌법 가치를 진정성 있게 공유한다면 얼마든지 민주당과 협치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좌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