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전쟁이 당장 끝난다면? "지속 상승" vs "랠리 땐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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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미 동부시간)은 뉴욕 증시에 의미가 큰 날입니다. 13년 전인 2009년 3월 9일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주가가 약 1년 반 동안 50% 넘게 폭락한 뒤 마침내 바닥을 친 날입니다. 그날 S&P500 지수는 13년 전인 1996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마감했었습니다.
베스포크인베스트먼트는 "월스트리트에 있는 파산한 은행과 증권사 시체가 쌓여 있었다. 2009년 3월엔 아무도 주식이라는 단어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 시기에 지금까지 13년 가까이 이어진 강세장이 시작됐습니다. S&P500 지수는 그날부터 531% 올랐습니다.
이날 월가는 그런 바닥을 꿈꿨습니다. 먼저 시작된 유럽 증시에서 폭등세가 시작됐습니다. 투자자들은 미국과 영국의 제재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가 사실상 끝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도 커졌습니다. 전날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과 일부 영토에 대해 협상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와 대화를 통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러시아군에게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는 임무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0일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침공이 시작된 뒤 세 차례 평화 회담이 있었지만, 장관급 협상은 처음입니다.
여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에서 “유럽에서 전쟁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것을 보고 고통스럽다"라며 중재 의사를 밝혔습니다. 현재 중국은 푸틴의 유일한 친구이자, 돈줄이죠. 그런 시 주석이 약간 어조를 바꾼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3선에 도전하는 올해, 높은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라며 중국의 중재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중국은 지난 5일 올해 5.5% 성장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작년 4분기 4%에 그친 성장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는 심각하고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소비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가 폭등은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니까요.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0달러 오를 때마다 중국의 성장률이 약 0.3%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도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푸틴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FP는 정오께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함께 외교적 노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해 추가 상승을 촉발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이날 랠리를 멈추고 12~13% 급락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달러, 서부텍사스원유는 108달러 수준으로 마감했습니다. 브렌트유는 15달러나 하락했습니다. 달러도 5일 만에 처음 약세를 보였습니다. 밀 선물 가격은 6%대 하락했고 금과 은, 구리 등도 모두 내렸습니다. 금리는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1.848%에서 이날 10.2bp나 폭등한 1.950%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7일 한 때 1.78%까지 내린 뒤 치솟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죠. 이날 미 재무부가 개최한 34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입찰에서는 응찰률이 지난달 2.68배보다 훨씬 낮은 2.47배에 그치며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917%보다 높은 1.92%로 결정됐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이날 팬데믹 때 시작한 양적 완화(QE)를 완전 종료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2년간 6조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끝낸 것이죠. 국채 발행량의 30~40%를 사들이던 큰 손이 퇴장한 겁니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9조 달러로 불어난 자산 감축에 나설 것입니다. 2년물 금리도 크게 올랐습니다. 오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25bp 인상이 예정되어 있으니까요. 2년물은 7.3bp 오른 1.678%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한때 1.682%까지 치솟아 지난 2019년 11월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장기 금리가 더 높게 오르며 2년/10년 스프레드는 27bp로 벌어졌고, 채권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졌습니다. 이것만 보면 경기 침체 우려가 조금 사그라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증시에서는 다우 지수는 2.0%, S&P500은 2.57%, 나스닥은 3.59%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급등해온 에너지주는 유가 급락 속에 업종 지수가 3.18% 폭락했습니다. 반면 어려움을 겪어온 금융주(+3.61%) IT 주(+3.98%)는 급등했습니다. 또 카니발(+8.8%)과 로열캐리비안크루즈(+5.6%), 유나이티드항공(+8.3%) 등 여행 관련주가 크게 올랐습니다.
S&P500 지수의 이날 상승 폭은 2020년 6월 이후 최대입니다. 지난 7일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었는데 이틀 만에 기록적으로 폭등한 것이죠. 지금 시장은 엄청난 변동성에 휩싸여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 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① 바닥 찾았나
S&P500 지수는 어제 4170으로 4200을 깨고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날 다시 4200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월가에서는 4100~4200선이 기술적 바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전략가는 "S&P500 지수의 움직임은 4100~4300 영역이 지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빙성을 부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시장 동인이 되기 전 발생한 1월 말 저점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스펄리 설립자는 " S&P500 지수가 4200선을 바닥으로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휴전 소식 등이 나오면 여기에서 몇백 포인트 정도 오를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4600은 강력한 저항선이고 그 선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캐피털의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수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낙관론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라고 봤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 △미국은 러시아 관련 노출이 제한적이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다 △시장은 원자재 가격 혼란을 가격에 상당 폭 반영했다 △Fed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덜 매파적이다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진짜 바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추가 확대를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이 제재로 인해 전쟁을 포기하거나 방향을 틀 가능성은 없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세계 경제는 이미 둔화하고 있었다. 여기에 높은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회복 지연은 추가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② 휴전 이뤄진다면 계속 오를까
이날 시장 폭등은 휴전에 대한 희망이 커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휴전이 이뤄진다면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
JP모간은 지정학적 위기가 그친다면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합니다. JP모간의 미슬라브 마즈테카 전략가는 "지정학적 위기 악화는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 궁금한 건 그 지속성이다. 이번 분쟁에 따른 영향은 결국 원자재에 그칠 것이고, 러시아는 세계 경제를 크게 악화시킬만한 영향은 없다. 우리는 여기서 시장이 추가 하락하려면 상당한 추가 위기 고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시장은 기술적으로 과매도 된 상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완전히 반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에 일종의 휴전 또는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증시는 급격히 랠리할 텐데 그런 랠리를 활용해 주식 포지션, 특히 이익 전망이 악화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라"라고 권했습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건 이유는 Fed의 공격적 긴축 전환, 기업 이익 증가세의 감속을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윌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불확실성은 원래 'Fed 풋'(Fed의 시장 지원책)을 불러야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높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밸류에이션 압박을 기업 이익 증가세가 계속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약간의 급등세를 보게 될 것 같다. (단기) 과매도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60~80% 떨어진 핀테크 등 일부 주식을 사들였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큰 그림으로는 조정이 지속할 것"이라면서 "S&P500은 2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해로 보면 크게 내렸지만, 여전히 바닥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일스는 Fed의 긴축 정책은 장기 관점에서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Fed는 아직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대차대조표를 줄이지도 않았다"라면서 "시가총액이 GDP 대비 1.8배로 밸류에이션이 기록적 최고치에 가깝다. 조정이 지금 끝났고 이게 바닥이라고 믿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단기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최대 3~5% 오를 것이고, 이후 당신은 짓밟힐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나일스 설립자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높던 시기) Fed의 폴 볼커 전 의장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렸을 때 시장은 21개월에 걸쳐 27% 하락했다"라면서 "그 기간 11% 내린 게 7, 8번 있었고 각각 8%씩 오른 랠리가 6번 있었다. 그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바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시아 사태가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월가 추정치가 낮아진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우리의 견해는 S&P500 지수가 적어도 최소 20% 하락한다는 것"이라며 현금 확보를 권했습니다. 나일스는 "우리는 25%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너무 높아졌다고 볼 때는 공매도를 추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가이 아다미 프라이빗어드바이저그룹의 디렉터는 "휴전이 된다면 황당한 수준의 폭발적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가장 강력한 랠리 중 일부는 하락장에서도 나타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정은 작년 11월 Fed가 긴축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시작됐고 그런 뒤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③ 유가 상승 멈췄나
이날 유가 하락에는 휴전 기대감과 함께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관계 개선 의사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고 △아랍에미레이트(UAE)가 OPEC의 동료 회원국에 증산을 독려하겠다고 밝힌 점 △이라크가 OPEC+가 요청하면 증산할 수 있다고 밝힌 점 △이란 핵 협상이 막바지에 와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면 수요 파괴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습니다. 코너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수요 파괴 영역에 들어가고 있는 유가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금 유가는 소비자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는 수준"이라며 "사람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행동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밀러 타박도 전날 오후 "현재 유가는 1983년 이래 가장 과매수된 수준"이라며 "하루나 이틀 이어질 상당 폭의 후퇴가 무르익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조정을 받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UBS는 "브렌트유는 우리의 단기 예측인 배럴당 125달러를 약한 상한(soft cap)으로 간주하지만, 러시아의 공급 중단이 악화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장기화는 브렌트유를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ING는 "다행히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즉시 철회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전쟁이 서방을 러시아 에너지에서 멀어지게 가속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연히 화석 연료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치솟은 만큼 조정은 있겠지만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단기 변수이고, 휴전이 이뤄져도 높은 유가는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에너지주에 대한 시각도 비슷합니다. 그동안 에너지주는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며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날 옥시덴탈페트롤리엄, 코너코필립스,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미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습니다. 더그 레가트 애널리스트는 "더는 현물 원유 가격을 쫓아가는 걸 꺼린다"라면서 "단기 변동성을 겪는다는 것은 수익률 하락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정점에 이를 때까지는 방어적으로 전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의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토마스 쏜튼 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모든 에너지 주식과 금을 다 팔았다. 그리고 원유와 에너지 ETF 3개에 대해 공매도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내일, 10일은 세계 증시와 경제에 중요한 세 가지 이벤트가 동시에 열립니다. 첫 번째는 이미 언급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발표됩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인데요. 그런 만큼 ECB가 약간은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장은 전쟁 발발 전까지는 올해 말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왔는데, ECB가 이를 내년으로 미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CPI 발표입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7.8~7.9% 정도가 컨센서스인데요. 2월 24일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월말에 유가가 급등한 탓에 물가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2월 CPI가 8.0%, 3월에는 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JP모건과 노무라는 8%를 예상하고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스 등은 7.9%, 골드만삭스와 씨티, 웰스파고는 7.8%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CPI는 이미 제롬 파월 의장이 25bp 인상 방침을 명확히 밝혔고, 당분간 정점을 찍을 일이 없다는 점에서 몇 주 전에 비해 중요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여기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화상 회담에서 “유럽에서 전쟁의 불길이 다시 타오르는 것을 보고 고통스럽다"라며 중재 의사를 밝혔습니다. 현재 중국은 푸틴의 유일한 친구이자, 돈줄이죠. 그런 시 주석이 약간 어조를 바꾼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3선에 도전하는 올해, 높은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라며 중국의 중재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중국은 지난 5일 올해 5.5% 성장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작년 4분기 4%에 그친 성장률을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는 심각하고 '코로나 제로' 정책으로 소비는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유가 폭등은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이니까요.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0달러 오를 때마다 중국의 성장률이 약 0.3%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도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푸틴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FP는 정오께 크렘린궁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함께 외교적 노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해 추가 상승을 촉발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이날 랠리를 멈추고 12~13% 급락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11달러, 서부텍사스원유는 108달러 수준으로 마감했습니다. 브렌트유는 15달러나 하락했습니다. 달러도 5일 만에 처음 약세를 보였습니다. 밀 선물 가격은 6%대 하락했고 금과 은, 구리 등도 모두 내렸습니다. 금리는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1.848%에서 이날 10.2bp나 폭등한 1.950%까지 올랐습니다. 지난 7일 한 때 1.78%까지 내린 뒤 치솟고 있습니다.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죠. 이날 미 재무부가 개최한 34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입찰에서는 응찰률이 지난달 2.68배보다 훨씬 낮은 2.47배에 그치며 낙찰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금리(WI) 1.917%보다 높은 1.92%로 결정됐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이날 팬데믹 때 시작한 양적 완화(QE)를 완전 종료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2년간 6조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끝낸 것이죠. 국채 발행량의 30~40%를 사들이던 큰 손이 퇴장한 겁니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9조 달러로 불어난 자산 감축에 나설 것입니다. 2년물 금리도 크게 올랐습니다. 오는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25bp 인상이 예정되어 있으니까요. 2년물은 7.3bp 오른 1.678%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한때 1.682%까지 치솟아 지난 2019년 11월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장기 금리가 더 높게 오르며 2년/10년 스프레드는 27bp로 벌어졌고, 채권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졌습니다. 이것만 보면 경기 침체 우려가 조금 사그라들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증시에서는 다우 지수는 2.0%, S&P500은 2.57%, 나스닥은 3.59%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그동안 급등해온 에너지주는 유가 급락 속에 업종 지수가 3.18% 폭락했습니다. 반면 어려움을 겪어온 금융주(+3.61%) IT 주(+3.98%)는 급등했습니다. 또 카니발(+8.8%)과 로열캐리비안크루즈(+5.6%), 유나이티드항공(+8.3%) 등 여행 관련주가 크게 올랐습니다.
S&P500 지수의 이날 상승 폭은 2020년 6월 이후 최대입니다. 지난 7일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었는데 이틀 만에 기록적으로 폭등한 것이죠. 지금 시장은 엄청난 변동성에 휩싸여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 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① 바닥 찾았나
S&P500 지수는 어제 4170으로 4200을 깨고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이날 다시 4200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월가에서는 4100~4200선이 기술적 바닥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전략가는 "S&P500 지수의 움직임은 4100~4300 영역이 지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빙성을 부여한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주요 시장 동인이 되기 전 발생한 1월 말 저점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스펄리 설립자는 " S&P500 지수가 4200선을 바닥으로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휴전 소식 등이 나오면 여기에서 몇백 포인트 정도 오를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4600은 강력한 저항선이고 그 선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캐피털의 아나스타샤 아모로소 수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낙관론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라고 봤습니다.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 △미국은 러시아 관련 노출이 제한적이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강력한 경제를 갖고 있다 △시장은 원자재 가격 혼란을 가격에 상당 폭 반영했다 △Fed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덜 매파적이다 등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정학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진짜 바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추가 확대를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이 제재로 인해 전쟁을 포기하거나 방향을 틀 가능성은 없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세계 경제는 이미 둔화하고 있었다. 여기에 높은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회복 지연은 추가로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② 휴전 이뤄진다면 계속 오를까
이날 시장 폭등은 휴전에 대한 희망이 커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휴전이 이뤄진다면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을까요?
JP모간은 지정학적 위기가 그친다면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합니다. JP모간의 미슬라브 마즈테카 전략가는 "지정학적 위기 악화는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나쁘다. 궁금한 건 그 지속성이다. 이번 분쟁에 따른 영향은 결국 원자재에 그칠 것이고, 러시아는 세계 경제를 크게 악화시킬만한 영향은 없다. 우리는 여기서 시장이 추가 하락하려면 상당한 추가 위기 고조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시장은 기술적으로 과매도 된 상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완전히 반대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에 일종의 휴전 또는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증시는 급격히 랠리할 텐데 그런 랠리를 활용해 주식 포지션, 특히 이익 전망이 악화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하라"라고 권했습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건 이유는 Fed의 공격적 긴축 전환, 기업 이익 증가세의 감속을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윌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불확실성은 원래 'Fed 풋'(Fed의 시장 지원책)을 불러야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높여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금리 상승에 따른 주가 밸류에이션 압박을 기업 이익 증가세가 계속 상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약간의 급등세를 보게 될 것 같다. (단기) 과매도 상태이기 때문"이라며 "지난 2주 동안 우리는 60~80% 떨어진 핀테크 등 일부 주식을 사들였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큰 그림으로는 조정이 지속할 것"이라면서 "S&P500은 2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올해로 보면 크게 내렸지만, 여전히 바닥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일스는 Fed의 긴축 정책은 장기 관점에서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Fed는 아직 금리 인상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대차대조표를 줄이지도 않았다"라면서 "시가총액이 GDP 대비 1.8배로 밸류에이션이 기록적 최고치에 가깝다. 조정이 지금 끝났고 이게 바닥이라고 믿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금은 단기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최대 3~5% 오를 것이고, 이후 당신은 짓밟힐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나일스 설립자는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높던 시기) Fed의 폴 볼커 전 의장이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올렸을 때 시장은 21개월에 걸쳐 27% 하락했다"라면서 "그 기간 11% 내린 게 7, 8번 있었고 각각 8%씩 오른 랠리가 6번 있었다. 그때마다 일부 사람들은 바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러시아 사태가 많은 것을 변화시켰지만 월가 추정치가 낮아진 것을 본 적이 없다"라며 "우리의 견해는 S&P500 지수가 적어도 최소 20% 하락한다는 것"이라며 현금 확보를 권했습니다. 나일스는 "우리는 25%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시장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너무 높아졌다고 볼 때는 공매도를 추가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가이 아다미 프라이빗어드바이저그룹의 디렉터는 "휴전이 된다면 황당한 수준의 폭발적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가장 강력한 랠리 중 일부는 하락장에서도 나타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정은 작년 11월 Fed가 긴축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시작됐고 그런 뒤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③ 유가 상승 멈췄나
이날 유가 하락에는 휴전 기대감과 함께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관계 개선 의사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고 △아랍에미레이트(UAE)가 OPEC의 동료 회원국에 증산을 독려하겠다고 밝힌 점 △이라크가 OPEC+가 요청하면 증산할 수 있다고 밝힌 점 △이란 핵 협상이 막바지에 와 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기에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면 수요 파괴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습니다. 코너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수요 파괴 영역에 들어가고 있는 유가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지금 유가는 소비자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는 수준"이라며 "사람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행동을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의 리서치회사인 밀러 타박도 전날 오후 "현재 유가는 1983년 이래 가장 과매수된 수준"이라며 "하루나 이틀 이어질 상당 폭의 후퇴가 무르익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조정을 받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UBS는 "브렌트유는 우리의 단기 예측인 배럴당 125달러를 약한 상한(soft cap)으로 간주하지만, 러시아의 공급 중단이 악화하거나 장기화할 경우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쟁 장기화는 브렌트유를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ING는 "다행히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즉시 철회되지 않을 것이며 이번 전쟁이 서방을 러시아 에너지에서 멀어지게 가속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당연히 화석 연료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기적으로 유가가 치솟은 만큼 조정은 있겠지만 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단기 변수이고, 휴전이 이뤄져도 높은 유가는 유지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에너지주에 대한 시각도 비슷합니다. 그동안 에너지주는 올해 들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며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전날 옥시덴탈페트롤리엄, 코너코필립스,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등 미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습니다. 더그 레가트 애널리스트는 "더는 현물 원유 가격을 쫓아가는 걸 꺼린다"라면서 "단기 변동성을 겪는다는 것은 수익률 하락 가능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정점에 이를 때까지는 방어적으로 전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의 헤지펀드 텔레메트리의 토마스 쏜튼 CEO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난 며칠간 모든 에너지 주식과 금을 다 팔았다. 그리고 원유와 에너지 ETF 3개에 대해 공매도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내일, 10일은 세계 증시와 경제에 중요한 세 가지 이벤트가 동시에 열립니다. 첫 번째는 이미 언급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결과가 발표됩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가장 큰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인데요. 그런 만큼 ECB가 약간은 비둘기파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장은 전쟁 발발 전까지는 올해 말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해왔는데, ECB가 이를 내년으로 미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CPI 발표입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7.8~7.9% 정도가 컨센서스인데요. 2월 24일 터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월말에 유가가 급등한 탓에 물가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2월 CPI가 8.0%, 3월에는 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JP모건과 노무라는 8%를 예상하고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스 등은 7.9%, 골드만삭스와 씨티, 웰스파고는 7.8%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CPI는 이미 제롬 파월 의장이 25bp 인상 방침을 명확히 밝혔고, 당분간 정점을 찍을 일이 없다는 점에서 몇 주 전에 비해 중요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