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위성 다량배치 밝혀…'위성'대신 '탄두' 장착하면 ICBM으로 전용 가능
10년전 '광명성 3호 2호기' 올린 경험…4월 김일성 생일 전후 발사 가능성
김정은, 南 당선인 결정직후 정찰위성 명분 ICBM카드 '만지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다량 배치'를 선언하면서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가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찰위성을 띄우기 위한 장거리 로켓은 ICBM과 기술적으로 사실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결정된 직후인 10일 새벽 북한의 보도가 나왔다.

시점상 누가 당선되느냐에 관계없이 보도는 이뤄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5년간 한국을 이끌 당선인을 향해 'ICBM 카드'를 던진 것이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5개년계획 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 배치"할 계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당대회에서 확정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국방 목표에는 정찰위성 개발이 포함돼 있는데, 김정은이 직접 세부 사항을 지시하며 차질 없는 완수를 독려한 것이다.

이는 5년내로 다량의 정찰위성을 올린다는 계획인데 당장 오는 4월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정찰위성 개발이 "당과 정부가 가장 최중대사로 내세우는 정치군사적인 선결 과업"이라고 강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당부했다.

북한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연달아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쏘아 올린 뒤 이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은, 南 당선인 결정직후 정찰위성 명분 ICBM카드 '만지작'
문제는 정찰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기 위한 장거리 로켓은 ICBM과 기술적으로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다.

3단 분리체로 이뤄진 장거리 로켓은 탄두부에 위성체를 탑재하면 위성발사용으로 쓰이고, 핵탄두 등을 장착하면 ICBM으로 전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미사일 시험을 하는 것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파장은 다를 수도 있다.

아무리 미중갈등 상황이어도 북한이 IC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하면 중국도 무작정 추가제재에 반대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위성 발사라면 중국에도 명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1월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를 시사했지만, 실제 감행하기에는 추가 제재라는 리스크가 있어 '정찰 위성'으로 포장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찰위성개발은 자주적 권리이자 자위권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향후 로켓발사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직접 방문은 정찰위성 개발이 임박했다는 점을 의미하며 태양절(4월15일·김일성 생일)을 전후한 축포적 위성발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봤다.

물론 북한의 주장대로 실제 정찰위성을 띄우려는 계획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올리겠다고 밝힌 '태양동기극궤도'에 2012년 12월 100㎏가량의 '광명성 3호 2호기'를 안착시킨 경험이 있다.

다만,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으로서의 기능은 못했다.

당시 북한은 '은하 3호'(사거리 1만㎞)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 '광명성 3호 2호기'를 이 궤도에 올렸고, 지상에서도 포착됐다.

태양동기극궤도는 궤도면과 태양의 각도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어 이 궤도를 도는 위성은 지구상 물체를 매일 같은 시각에 관측할 수 있다.

이 궤도의 위성은 매일 13~15번가량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

한국이 2012년 발사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호'도 태양동기궤도에서 매일 지구 주변을 14바퀴 반을 돌며 지상관측 임무를 수행했다.
김정은, 南 당선인 결정직후 정찰위성 명분 ICBM카드 '만지작'
북한이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린다고 해도 낮은 해상도 등으로 정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7일 탄도미사일 발사 다음 날인 28일 저궤도 우주에서 촬영한 한반도 사진을 공개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사진들이 군사정찰용으로 쓰기에는 해상도가 너무 낮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김정은이 국가우주개발국의 보고를 받은 뒤 위성에서의 사진 촬영과 자료 전송 등 중요 기능들을 확인했다며 관련 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지난달 27일 시험촬영화상자료'에는 '촬영지역 평안남도 안주시부근', '촬영방향 직하 촬영', '고도 591㎞'란 문구와 함께 지상 모습이 찍혀있다.

이 지상 사진에는 도로와 주택 뿐아니라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담겨 있다.

처음 공개했던 저해상도 한반도 사진보다 선명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보여줬던 저해상도 사진 외에 고해상도 사진이 따로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김정은, 南 당선인 결정직후 정찰위성 명분 ICBM카드 '만지작'
한편 김정은의 국가우주개발국 방문 소식이 대통령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인 이날 오전 전해진 것도 '어떤 정권이 출범하든 상관없이 무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시찰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 매체들이 통상 행사 다음 날 관련 보도를 전하는 것을 고려하면 남측에서 투표가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양무진 교수는 "우리 대선일을 겨냥한 현지 방문은 우리 대선에는 관심이 없으며 정찰위성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새 정부를 향해 향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南 당선인 결정직후 정찰위성 명분 ICBM카드 '만지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