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내내 당선인 향해 "친일 고취하냐·금수저" 등 비난
[윤석열 당선] 북한, 대선 결과 아직 침묵…5년전엔 하루만에 보도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10일 오전 현재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자신들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보수정당의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대부분 시일을 늦춰 소개한 전례로 보아 이번에도 빠르게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외용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평소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국 시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소식 등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남한 관련 내용은 조선중앙방송의 남측 코로나19 급증 보도가 전부다.

대남 소식이나 비난을 주도해온 대외선전용 매체들도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북한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선전매체들을 내세워 여야 후보의 대북 관련 발언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지만, 윤 당선인 쪽에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수위를 훨씬 높였다.

'려명'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 8일에도 윤 당선인을 향해 "자기가 집권하면 일본과의 관계를 시급히 개선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벌이며 친일을 고취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패거리야말로 을사오적 이완용도 찜쪄먹을 특등 매국노 집단"이라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메아리'는 윤 당선인의 기차 내 구둣발 올리기 논란을 거론하며 "어릴 때부터 금수저로 성장해온 데다 무소불위 검사 출신이라 국민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북한의 과거 남한 대선 보도 사례를 훑어보면 이러한 패턴은 반복돼왔다.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보수 쪽 후보가 뽑히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진보 쪽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박 전 대통령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을 정도로 첫 보도의 내용과 형식 모두 단출했다.

당시 중앙통신은 선거 이튿날인 12월 20일 밤 대선 결과를 처음 보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과 득표율 등을 생략한 채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였다고 한다"고 한 문장짜리 기사를 송고했다.

특히 2007년 12월 19일 제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에는 무려 일주일간 침묵을 지켰다.

그해 12월 26일 조선신보가 처음으로 가십성 칼럼인 '메아리'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당선이 '보수의 승리, 진보의 패배'란 구도가 아니라 경제문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남북협력 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흐름에 역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2017년 5월 9일) 때는 다음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민중의 힘"이라며 발 빠르게 첫 소식을 전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도 5월 11일 '남조선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4문장짜리 기사를 타전했다.

아울러 2002년 12월 19일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도 북한 매체들은 대선 이틀 뒤인 12월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매체들은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노무현이 당선되고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이 패했다"며 "6·15공동선언을 반대하고 반공화국 대결을 고취하는 세력은 참패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1997년 12월 18일 제15대 대선 때는 사흘 만인 12월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승리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비교적 건조하게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당시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남조선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돼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며 외신을 인용해 당선인 앞에 난제가 산적했다고 소개해 '국민의 정부' 출범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