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새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로 ‘성장 리빌딩(Rebuilding)’을 제시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친시장적, 친기업적으로 바뀔 것이란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각종 반기업 규제가 폐지 또는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성장잠재력 위축 심각

기업들 "잠재력 꺼지는 한국…새 정부 역할은 '성장 리빌딩'"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선 직전 국내 기업 450곳을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기업들은 조사에서 새 정부가 임기 중 무엇보다 중요하게 추구해야 할 가치로 ‘성장잠재력 회복·확충’(76.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성에 대해선 응답 기업 네 곳 중 세 곳이 ‘시장·민간 중심의 성장 유도’(73.8%)를 선택했다. 새 정부의 역할로는 ‘법·제도 및 규제 개선’을 첫손에 꼽았다. 정부는 기업이 자유롭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만 주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설문에 참여한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각 분야 전문가와 기업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민간주도형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기업들은 이와 관련해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세부 정책 방향으로 ‘규제법령 통폐합 및 간소화’(45.2%), ‘포괄적 네거티브 전환’(26.2%) 등을 꼽았다.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서는 ‘일하는 방식 변화에 맞게 근로시간제도 개선’(38.4%), ‘합리적 최저임금 등 효율적 임금체계 구축’(32.9%) 등을 촉구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커져 엄중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민간의 창의와 혁신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 혁파, 노동 개혁 등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업 규제 해소 기대

개별 기업 사이에서도 기업을 옥죄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특히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 제도 등 노동 이슈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 노동 정책의 방향이 지나치게 ‘친노동’ 쪽으로 치우쳤다”며 “새 정부가 한쪽으로 기운 균형추를 바로잡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노동이사제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제 확대도 전면 보류돼야 한다는 게 경제계 요청이다. 특히 국민연금의 소송 남발로 인한 기업 경영 위축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규제와 기업의 투자는 반비례 관계”라며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마련되면 기업들의 투자가 자연스럽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핵심 산업에 대해 보다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미래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철강·화학 업종에선 탄소중립 이슈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탄소 감축 목표는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수준”이라며 “기업의 경쟁력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