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꺼번에 깨진 '대선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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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는 오래된 ‘대선 징크스’가 무더기로 깨졌다.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선거에서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불가론’ ‘주기설’ 등이 5개 영역에서 무너지고, 그 자리에 새 기록이 들어섰다.
대표적인 것이 ‘0선(選) 불가 징크스’다. 직선제로 치러진 1987년 이후 7명의 대통령은 모두 국회의원을 최소 한 차례 이상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예외 인물이 나왔지만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정치권 밖 유력 인사가 대선으로 직행해 성공한 것은 윤석열 당선인이 처음이다.
‘서울대 법대 대선 필패’ 징크스도 깨졌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판사 출신 이회창 전 총리는 1997년과 2002년 각각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도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특정 진영이 10년 동안 정권을 잡는다는 ‘10년 주기설’ 역시 옛말이 됐다. 1987년부터 ‘노태우·김영삼’(보수), ‘김대중·노무현’(진보), ‘이명박·박근혜’(보수)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진보) 이후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대선이 치러지는 연도가 ‘2’로 끝나는 해에는 ‘정권 재창출’, ‘7’로 끝내는 해에는 ‘정권 교체’라는 징크스도 함께 깨졌다.
지역별로는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하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바뀌었다. 이재명 후보가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당선에 실패한 첫 사례다. 미국 대선에서도 지역 득표 관련 ‘오하이오 징크스’가 지난해 깨졌다. 역대 선거 중 이곳에서 패한 후보가 낙선한 전례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꾼 것이다. 키 작은 후보가 패한다는 징크스도 조지 W 부시가 두 번이나 깬 적이 있다.
그래도 남은 징크스는 있다. ‘경기지사는 대선주자 무덤’이라는 공식이다. 이인제와 임창열·손학규·김문수·남경필에 이어 이재명 전 지사도 결국 실패했다. ‘한 당명(黨名)으로는 대선에서 한 번만 승리한다’는 ‘당명 징크스’ 또한 남았다. 역대 대선마다 승리한 쪽의 정당 이름이 달랐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국가 명운이 걸린 대통령선거를 징크스의 잣대로만 볼 수는 없다.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대를 열 ‘일꾼’을 국민이 선택했다는 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대표적인 것이 ‘0선(選) 불가 징크스’다. 직선제로 치러진 1987년 이후 7명의 대통령은 모두 국회의원을 최소 한 차례 이상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예외 인물이 나왔지만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정치권 밖 유력 인사가 대선으로 직행해 성공한 것은 윤석열 당선인이 처음이다.
‘서울대 법대 대선 필패’ 징크스도 깨졌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판사 출신 이회창 전 총리는 1997년과 2002년 각각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도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특정 진영이 10년 동안 정권을 잡는다는 ‘10년 주기설’ 역시 옛말이 됐다. 1987년부터 ‘노태우·김영삼’(보수), ‘김대중·노무현’(진보), ‘이명박·박근혜’(보수) 대통령이 연이어 집권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진보) 이후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대선이 치러지는 연도가 ‘2’로 끝나는 해에는 ‘정권 재창출’, ‘7’로 끝내는 해에는 ‘정권 교체’라는 징크스도 함께 깨졌다.
지역별로는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하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바뀌었다. 이재명 후보가 제주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당선에 실패한 첫 사례다. 미국 대선에서도 지역 득표 관련 ‘오하이오 징크스’가 지난해 깨졌다. 역대 선거 중 이곳에서 패한 후보가 낙선한 전례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바꾼 것이다. 키 작은 후보가 패한다는 징크스도 조지 W 부시가 두 번이나 깬 적이 있다.
그래도 남은 징크스는 있다. ‘경기지사는 대선주자 무덤’이라는 공식이다. 이인제와 임창열·손학규·김문수·남경필에 이어 이재명 전 지사도 결국 실패했다. ‘한 당명(黨名)으로는 대선에서 한 번만 승리한다’는 ‘당명 징크스’ 또한 남았다. 역대 대선마다 승리한 쪽의 정당 이름이 달랐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물론 국가 명운이 걸린 대통령선거를 징크스의 잣대로만 볼 수는 없다. “징크스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한민국, 대전환의 시대를 열 ‘일꾼’을 국민이 선택했다는 점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