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한 뒤 산부인과 병원을 폭격했다. 민간인 대피를 위해 일시적 휴전에 합의한 상황에서 민간 시설을 공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첫 외무부 장관 회담은 소득 없이 끝이 났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병원을 폭격해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WP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마리우폴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휴전에 합의했는데 인도주의 통로를 통한 민간인 대피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상공을 폐쇄해주길 국제사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서 “마리우폴에서 신생아 3000명이 의약품과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40만 명을 인질로 잡고 인도주의적 지원과 대피를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리우폴 당국은 지금까지 최소 1200명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1주일째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라고 했다.

키이우(키예프) 서쪽 도시 지토미르의 세르히이 수코믈린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간 시설과 화력발전소가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외무부 장관 회담을 열었지만 양측 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136억달러(약 16조7000억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긴급자금 16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이 러시아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제재 확대를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독일은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를 SWIFT 결제망 퇴출 대상에 포함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에너지 관련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등이 서방 국가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 갑부들의 자산 도피처로 부상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 있는 38명 이상의 사업가와 정부 관료들이 두바이에 수십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UAE는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자금 출처를 잘 묻지 않아 러시아 갑부들의 인기 도피처가 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인들이 두바이에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총 3억1400만달러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