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대체 불가' 경쟁력이 일류 기업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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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기술
밀렌드 M 레레 지음
오기영 옮김 / 페이지2북스
280쪽│1만6000원
성공한 기업 위해선 독점적 지위 확보해야
끝없는 혁신으로 블루오션 찾아 나서라
밀렌드 M 레레 지음
오기영 옮김 / 페이지2북스
280쪽│1만6000원
성공한 기업 위해선 독점적 지위 확보해야
끝없는 혁신으로 블루오션 찾아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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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의 기술》은 한 발 더 나아간다. 성공한 기업으로 남으려면 독점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점을 찾아라! 이것이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법칙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독점은 각종 폐해를 불러일으키는 독점이 아니다.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합법적이고 자연스러운 독점이다. 책에서 말하는 독점은 “특정 장소나 특정 시기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유일한 판매처”라는 의미다.
![[책마을] '대체 불가' 경쟁력이 일류 기업 만든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AA.29236754.1.jpg)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서 워런 버핏은 ‘경제적 해자’(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와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피터 틸은 《제로 투 원》에서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이 독점적 지위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흔히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월등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뛰어난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가 독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별 볼 일 없던 기업이 조용히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쌓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월마트는 초창기 미국 소도시에 집중적으로 점포를 냈다. 이런 도시에선 인구가 적어 두세 곳의 대형 할인점만 들어설 수 있었고, 월마트는 그렇게 지역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독점에서 나오는 안정된 자금은 물류 등에 재투자돼 월마트가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게 독점의 기회는 어디든 있다. 책은 새로운 독점을 찾는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살펴보라고 말한다. 첫째는 충족되지 않은 수요, 둘째는 타성에 젖은 현재의 서비스 제공자, 셋째는 잠재 수요를 끌어올 방법이 있는가다. 1980년 설립된 24시간 뉴스 채널 CNN은 폭스뉴스가 등장한 1996년까지 16년 동안 이 시장을 독점했다. 케이블TV 시장이 개화하면서 이를 채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는데도 기존 방송사는 안일하게 생각했다. 방송사 전체에서 볼 때 규모도 작고 수익도 많지 않은 분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4시간 뉴스 채널은 한 번 취재한 내용을 20~30차례 계속 내보낼 수 있었다. 더 적은 비용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틈새시장이었던 셈이다.
반대로 지금 독점을 누리고 있더라도 대체 가능한 것이 생기는 순간 독점은 사라진다. 혼다의 미니밴이 그랬고, 렉서스에 미국 고급자동차 시장을 내준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랬다. 시어스백화점은 인근에 집수리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홈디포 매장이 들어설 때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점점 수익을 잠식당했다.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라 인용된 사례 중 오랜 것이 많다. 하지만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는 시각은 지금 읽어도 설득력이 있다. 간결함 속에 꼭 필요한 내용만 담은 점도 돋보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