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손성원 메리마운트대 교수가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이미 닥쳤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10일(현지시간)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달 물가가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앞으로 더 뛸 것”이라며 “지난달 보고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계기를 제공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작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7.9% 급등했다. 1982년 1월(8.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 1월 세운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휘발유, 식료품, 아파트 월세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세가 나타났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7.9%로 급등(전년 동기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7.9%로 급등(전년 동기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블룸버그통신 조사에서도 미 소매체인의 방문자 수는 1년 전보다 5.6%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경제 전망이 갈수록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팬데믹(대유행)이 완화하면서 노동력 부족과 수요 증가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식당부터 소매점까지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더 많이 전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거비가 뛰는 것도 문제다.

손 교수는 “주거비용은 시간이 가면서 점진적으로 상승하기 마련”이라며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다행인 점은 중고차 세탁기 등 내구재 가격의 상승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공급 병목 현상이 조금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과 비교해도 0.8% 뛰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과 비교해도 0.8% 뛰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손 교수는 “임금과 물가의 소용돌이가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며 “높아진 인건비가 별 다른 거부감 없이 소비자에 전가되고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미국의 노동력 부족은 금방 해소되기 어렵다”며 “베이비붐 세대가 이미 은퇴했고 젊은 세대는 높은 임금과 유연한 근무시간 이상(직업 만족도)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팬데믹 영향이 없더라도 미 노동 인구의 성장세가 이미 멈췄다는 설명이다. 노동 인구는 1980년대에는 매년 1.6%씩 증가했다.
지난달의 가파른 물가상승률이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에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손 교수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정학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대응을 첫 번째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며 “시장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례회의 때마다 25bp(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