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러시아의 '국민 자동차'로 꼽히는 '라다'의 생산이 멈췄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 영향에 부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라다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 여파로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할 수 없어 생산을 멈췄다고 보도했다. 라다의 생산에 필요한 각종 부품 중 20% 이상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에서 핵심 전자부품 등 러시아에서 자체 생산할 수 없는 부품들이 대부분이다.

라다는 러시아가 자체 생산하는 자동차 중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유일한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2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WSJ은 러시아 국민들이 라다 생산 중단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른 국제사회 제재의 충격을 비로소 느끼기 시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라다 브랜드를 생산하는 러시아 토종 자동차 기업 아브토파즈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공장 가동 중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966년 설립된 아브토파즈는 2007년 민영화됐으며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경영하는 러시아 방산기업 로스텍이 대주주다. 아브토파즈가 지난해 판매한 자동차는 35만대로 르노가 전세계에서 판매한 자동차의 12%를 차지한다.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인 현대차·기아도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로 현지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1일부터 멈춰선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차는 당초 지난 9일부터 공장을 다시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부품 수급난이 지속되자 공장 재가동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공장에서 연간 33만여대의 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뿐 아니라 관련 부품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