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 당선인 결정 위한 전체 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 당선인 결정 위한 전체 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민의힘은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기간 부실관리 논란을 빚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규탄하면서 노정희 선관위원장(사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을 내고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께서는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77.1%라는 높은 투표율로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을 몸소 보여주셨지만, 정작 엄중한 선거의 의미를 인식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할 선관위는 21세기에 벌어졌다고는 믿기 어려운 퇴행적 행태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나아가 국격(國格)마저 훼손한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지만, 정작 책임져야 할 노 위원장은 비겁한 침묵과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지난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를 라면박스, 바구니, 쇼핑백에 내팽개치며 엄중한 선거원칙을 훼손시키더니 본투표에서는 동명이인 신원확인이 부실하게 이뤄져 투표용지 배부가 중복으로 이뤄지고, 선관위의 확진자투표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국민의힘은 수차례에 걸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선관위는 천하태평이었다. 선관위의 안이함은 결국 사상 초유의 사전투표 인재(人災)로 이어진 것"이라며 "사전투표 당일 출근조차 하지 않았던 노 위원장은 '투개표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가려 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불과 사흘 뒤 본 투표에서도 또다시 무능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차제에 관련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이러한 혼선과 무능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그 재발 방지의 시작은 명백한 직무 유기에 대해 노 위원장이 마땅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5일 확진자들이 별도의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하고, 이를 선거 사무원들이 받아서 투표함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못하는 것 자체가 직접 투표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투표용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비닐 팩, 종이 상자 등을 이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가중됐다.

그러자 노 위원장은 지난 7일 긴급 전체 회의를 통해 "확진자 등 선거인의 사전투표 관리와 관련해 사전투표 규모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으며 임시 기표소 투표에 대한 정보제공 등도 미흡했음을 사과드린다.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