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검찰 무혐의 판단 일부 뒤집어…검찰 외 기관의 첫 번째 기소권 행사
공수처, '스폰서 검사' 김형준 수뢰혐의 기소…출범 후 첫 사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렸던 김형준(52) 전 부장검사를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출범 414일 만의 첫 기소권 행사로, 검찰이 70년 넘게 쥐고 있던 기소 독점권을 처음으로 깬 기록으로도 남게 됐다.

공수처는 11일 뇌물 혐의로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52) 변호사를 불구속기소 했다.

두 사람은 2015∼2016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위반 사건 처리와 관련해 1천93만5천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 접대를 주고받은 혐의(뇌물수수·공여)를 받는다.

조사 결과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 시절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자신의 부서에 배당된 이후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0월 박 변호사에 대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으며, 이 사건은 합수단에 배당됐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인사이동으로 서울남부지검을 떠나기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한 뒤, 같은 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93만5천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받고 7월에는 1천만원 상당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김 전 부장검사는 '스폰서'로 알려진 고교 동창 김모(52)씨의 횡령 사건 등에서 박 변호사를 대리인처럼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의 인사이동에 따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공수처는 과거 담당했던 업무도 '직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기소를 결정했다.

공수처, '스폰서 검사' 김형준 수뢰혐의 기소…출범 후 첫 사례
공수처는 검찰의 무혐의 결정 일부를 뒤집고 김 전 부장검사 등을 재판에 넘겼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0월 스폰서 김 씨로부터 금품·향응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박 변호사와 관련한 뇌물 사건도 들여다봤지만,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8년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하며 스폰서 사건은 종료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스폰서 김씨가 2019년 12월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해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경찰은 2020년 10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사건을 쥐고 있다가 지난해 6월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7월 두 사람을 입건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고,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을 거쳐 조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1월 26일 사건을 공소부로 넘겼다.

공수처 공소부는 2월 28일 열린 공소심의위원회에서 기소 의결한 결과를 존중해 두 사람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경찰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4천500만원 상당의 또 다른 금전거래는 두 사람의 관계, 돈을 융통한 동기, 변제 시점 등을 고려해 직무관련성·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했다고 공수처는 밝혔다.

이번 기소는 지난해 1월 21일 출범한 공수처의 첫 번째 기소권 행사다.

아울러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검찰 이외의 기관에서 기소권을 발동한 사례로 남게 됐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소 유지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검찰·경찰과 긴밀히 협조해 고위공직자의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