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천재’ 김효주(27)가 시즌 첫 승을 향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LPGA타일랜드(총상금 160만달러) 둘째 날 공동 11위로 뛰어오르며 우승 경쟁에 나섰다.

김효주는 11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CC 올드 코스(파72·6576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5개, 이글 1개를 잡아내 7타를 줄였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로 가비 로페스(멕시코) 등과 공동 11위로 경기를 마쳤다. 전날 3언더파, 공동 34위에 그쳤던 김효주는 순위를 23계단이나 끌어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날 김효주는 펄펄 날았다. 9번홀(파5)에서 출발한 그는 첫 홀부터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파 세이브를 이어가며 호흡을 가다듬은 뒤 15번홀(파4)부터 18번홀(파5)까지 4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맹타를 휘둘렀다. 후반 들어 다시 파 세이브로 호흡을 가다듬은 김효주는 7번홀(파5)에서 한 번 더 도약했다. 드라이버 티샷이 230m 날아가 홀까지 162m가 남은 상황에서 김효주는 6번 아이언을 잡고 두 번째 샷을 핀 3m 옆에 바짝 붙였다. 그는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이날 무결점 플레이에 정점을 찍었다. 김효주는 “세컨드 샷에서 아이언이 잘 맞아 느낌이 좋았는데 이글 찬스로 이어졌다. 기회를 잡기 위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효주는 쇼트게임의 귀재다. 그의 감각적인 플레이와 날카로운 샷감은 프로선수들 사이에서도 닮고 싶은 능력으로 꼽힌다. 2012년 아마추어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각각 1승을 거뒀고, 2014년에는 비회원으로서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LPGA 투어에서 2승을 추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16년부터 긴 우승 가뭄을 겪었다.

슬럼프가 길어졌지만 김효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코로나19로 투어가 멈춰 있던 2020년 국내에 머물며 체력을 강화했고 KLPGA 투어 대회에서 2승을 거두며 우승 본능과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는 지난해 5월 HSBC 챔피언십에서 5년3개월 만에 투어 통산 4승을 달성하며 ‘천재의 부활’을 알렸다. KLPGA 투어에서도 2승을 더하며 기분 좋게 2021년을 마무리했다.

김효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도 겨울 동안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1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등 근육 강화 훈련을 하며 체력 증강에 집중했고, 2월부터 제주에서 라운드하며 무뎌진 샷 감각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난주 시즌 첫 출전 대회인 HSBC챔피언십에서는 공동 26위를 기록했다. 타이틀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첫 단추를 무난하게 끼웠다.

이날 호주동포 오수현(26)과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23)가 나란히 7타를 줄여 16언더파로 이틀 연속 공동 선두를 지켰다. HSBC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를 기록한 이정은(26)은 이날 4타를 줄여 김효주와 공동 11위로 경기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