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찾아 ‘위성 발사용 기지’로 현대화하라고 지시했다. 정찰위성 발사를 빌미로 이곳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것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2018년 평양 남북공동선언도 전면 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동창리 시험장은) 우리 국가의 원대한 우주 강국의 꿈과 포부가 씨앗처럼 묻혀 있는 곳”이라며 대형 운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도록 발사장 구역과 로켓 총조립 및 연동 시험시설을 개건·확장하도록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어 “우주 정복의 전초기지로, 출발선으로 훌륭히 전변시키는 것은 우리 당과 우리 시대의 우주과학자, 기술자들의 숭고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직접 동창리 시험장 확장까지 지시하면서 2018년 평양공동선언을 전면 파기하는 수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이라 부르는 이곳에서 ICBM ‘화성-13형’의 엔진 연소 시험, ICBM급 로켓 ‘은하 3호’와 ‘광명성호’ 발사 등 여러 차례 ICBM 관련 활동을 했다. 북한은 2018년 9월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포함된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한 이후 발사장 내 이동식 건물 등을 해체했다. 하지만 해체된 시설은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노딜’ 이후 상당 부분 복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김정은이 직접 이 시설을 방문해 확장까지 지시한 것이다.

동창리 시험장은 약간의 리모델링 공사만 거치면 ‘화성-17형’ 등 신형 ICBM 발사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의 동창리 시찰 관련 보도는 한·미가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북한이 두 차례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고 평가한 발표와 같은 시간에 나왔다.

북한이 연쇄적인 ICBM 발사까지 시사한 것은 미국과 오는 5월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를 동시에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정찰위성 개발 및 발사가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면서 강력한 대미 압박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