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 이준석 대표에게 ‘선거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급진적인 선거 전략으로 인해 20·30대 여성이 대거 이탈하면서 패배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이 대표는 “이번 대선을 통해 전 연령과 성별에서 새로운 보수 지지층이 늘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 책임론에 대해 “조금 다루기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20·30대 중에서 여성 표가 우리에게 이번에 아픔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속 깊은 실질적인 여성 문제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정책을 못 내놓은 것이 실책이었다”고 분석했다.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은 전날 라디오 방송에서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세대 포위론’에 대해 “적절한 전술은 아니었다”며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에 SNS에서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왜 라과디아(공항)로 바로 회항해서 착륙을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한다”며 책임론을 반박했다. 사망사고 없이 비행기를 비상 착륙시켰는데도 책임론에 휩싸였던 영화 ‘설리 : 허드슨강의 기적’의 주인공에 빗댄 말이다. 이 대표는 또 “신지지층 확장은 보수정당의 생존 문제”라며 “2030세대, 호남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지지자가 있다면) 찾아가서 정책을 개발하고 고민하겠다”고 했다. 조 전 구청장의 ‘여가부 부총리급 격상’ 주장에 대해서는 “(우리 당은) 당선인의 정책을 적극 지원해 국정 운영의 안정을 가져와야 할 책임이 있다”며 “대선 공약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가볍게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세대 포위론 전략이 20·30대 남성을 새로운 보수층 지지자로 흡수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로 인해 20·30대 여성층으로부터는 외면받은 측면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 호남 공약의 일환인 ‘서진(西進) 정책’에 대해서도 실수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호남지역 유세에 과도하게 힘을 싣기보다 수도권 유세에 시간을 더 할애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선거 막판 이 대표가 호남의 목표 득표율을 30%까지 상향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호남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서진정책의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역 구도 선거를 타파하기 위해 호남에 유화적인 선거 전략을 세운 것은 옳은 측면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은 자칫 자만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신중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