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2의 테슬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리비안의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올해 생산 예정인 차량 대수도 시장 기대에 못 미쳐서다. 리비안의 시가총액은 4개월 만에 1170억달러(약 144조원) 증발했다.

10일(현지시간) 미 나스닥시장에서 리비안 주가는 전날보다 6.35% 하락한 데 이어 시간 외 거래에서 12.71% 추가로 떨어졌다. 시간 외 거래에서 35.93달러로 마감하며 지난해 11월 상장한 이후 최저가로 추락했다. 이날 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총은 363억달러로 작년 11월(최대 1530억달러)보다 1170억달러가량 쪼그라들었다.

이날 장 마감 후 리비안이 공개한 지난해 4분기 실적과 올해 부정적인 전망이 주가 폭락의 도화선이 됐다. 리비안은 작년 4분기 매출이 5400만달러, 순손실이 24억610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모두 월스트리트의 추정치를 밑돌았다. 리비안이 제시한 올해 실적 전망도 어두웠다. 리비안은 공급망 병목으로 올해 생산량이 2만5000대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월가는 올해 4만 대 인도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리비안은 멕시코에서 조달하는 반도체 등 일부 부품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은행들은 리비안의 목표 주가를 낮추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지난달 리비안 목표 주가를 115달러에서 47달러로 대폭 하향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주요 은행 4곳이 리비안의 목표 주가를 평균 40% 낮췄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주 주가 하락, 공급망 병목이 일으킨 자동차 기업들의 생산 차질 우려 등이 반영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니켈 리튬 등 전기차 주요 소재 가격이 치솟은 것과 이달 초 리비안이 차량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소비자들의 반발로 철회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상장한 이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리비안 주가는 172.01달러까지 뛰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전통 자동차 기업의 시총도 뛰어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60% 하락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