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배 격차 '고무줄' 비급여진료비…'반쪽' 공개에 환자 불편(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도수치료 2천원∼50만원, 다초점 인공수정체 25만원∼831만원
보건당국 진료비 공개, 어렵고 불편…"환자 눈높이 맞추기 실패"
동네의원 정보, 진료비 앱 개발자용으로 제공안해…"혁신서비스 개발에 제약"
근골격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인 도수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의료기관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작년 9월 말 보건당국의 발표를 보면 1회에 2천원을 받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일부 병원과 의원은 50만원을 청구, 격차가 250배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인력·시설이 가장 우수한 대학병원급의 평균진료비가 약 5만4천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의원급이 10만3천원으로 되레 비쌌다.
다초점 백내장수술에 쓰이는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1개당 최저 25만원에서 최고 831만원으로 그 격차가 33배에 달했다.
대학병원급이 평균 130만원을, 의원급은 그보다 훨씬 비싼 평균 291만원을 받고 있었다.
[표] 의료기관 규모별 도수치료 비용 분포(단위 : 원, 배)
┌───────┬───────┬───────┬──────┬──────┐
│ 병원 규모 │ 최저(a) │ 최고(b) │ 평균 │가격비(b/a) │
├───────┼───────┼───────┼──────┼──────┤
│ 상급종합병원 │ 14,989│ 158,000│ 53,882│ 10.5│
├───────┼───────┼───────┼──────┼──────┤
│ 종합병원 │ 3,000│ 260,000│ 67,289│ 86.7│
├───────┼───────┼───────┼──────┼──────┤
│ 병원 │ 2,000│ 500,000│ 98,355│ 250.0│
├───────┼───────┼───────┼──────┼──────┤
│ 의원 │ 0│ 500,000│ 103,161│ -│
└───────┴───────┴───────┴──────┴──────┘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표] 의료기관 규모별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 분포(단위 : 원, 배)
┌───────┬───────┬───────┬──────┬──────┐
│ 병원 규모 │ 최저(a) │ 최고(b) │ 평균 │가격비(b/a) │
├───────┼───────┼───────┼──────┼──────┤
│ 상급종합병원 │ 435,000│ 3,120,000│ 1,296,731│ 7.2│
├───────┼───────┼───────┼──────┼──────┤
│ 종합병원 │ 287,700│ 4,300,000│ 1,284,872│ 14.9│
├───────┼───────┼───────┼──────┼──────┤
│ 병원 │ 330,000│ 5,810,950│ 2,981,453│ 17.6│
├───────┼───────┼───────┼──────┼──────┤
│ 의원 │ 250,000│ 8,312,880│ 2,914,366│ 33.3│
└───────┴───────┴───────┴──────┴──────┘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수십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진료비 격차는 비급여 진료가 질병 치료에 필수가 아니어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라고 13일 밝혔다.
진료비가 비싸고 비필수 진료라는 특성으로 인해 자주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들이다.
실손보험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2017년 4월 이후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 이용량이 많으면 본인 부담이 상당히 무거워지기 때문에 가격은 비급여 진료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핵심정보에 해당한다.
2017년 4월부터 작년 6월까지 팔린 실손보험은 3개 특약(도수치료, 비급여주사, 비급여 자기공명영상)의 연간 보장한도가 250만∼350만원으로 설정돼 있고, 작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은 연간 비급여 이용량이 100만원만 돼도 보험료가 2배 이상으로 할증이 된다.
300만원 이상이면 부담이 4배로 커져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4세대 실손 가입자에게는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더욱 중요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보건당국은 이러한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기관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2013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웹사이트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시작했고, 작년에는 의원급까지 616개 비급여 항목으로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현재의 진료비 공개 방식은 일반 환자와 소비자가 확인·비교하기 너무 어렵고 불편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서비스는 의학·전문용어를 쓰고, 세부 요소별 가격을 구분해 제시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환자들이 '수면 대장 내시경'으로 심평원에서 검색하면 결과를 전혀 얻을 수 없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시술인 '하이푸', 유방암 진단을 위한 조직검사 '맘모톰' 등도 검색 결과가 '0건'으로 나온다.
수면 대장 내시경의 경우 '진정내시경환자관리료I'로, 하이푸는 '초음파 유도화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자궁근종·자궁선근증)'로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으로서는 가격 비교 서비스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맘모톰 진료비를 비교하려면 초음파/엑스선 진단가격, 시술가격, 조직 채취용 바늘 가격의 전문 용어를 다 알아서 일일이 검사한 후 합산해야 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서비스는 환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의료법 취지를 살리려면 당국이 효과적인 정보 제공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급 정보를 비급여 진료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위해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작년 말 한 스타트업이 심평원의 공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출시한 비급여 진료비 정보 애플리케이션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용어와 방식으로 결과를 제시, 조회가 상대적으로 쉽고 편리한 편이다.
민간 앱은 그러나 전국적으로 6만2천개에 이르는 의원급 정보를 전부 취급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평원이 의원급 진료비 정보를 프로그램용 데이터, 즉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제공하지 않는 탓이다.
공개된 데이터조차 100%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는 인력을 투입해 심평원이나 개별 의료기관 웹사이트에서 일일이 정보를 확인해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다.
6만개가 넘는 의원의 비급여 항목 정보를 전부 확보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비급여 진료비 비교 앱 '아프지마'를 운영하는 김대이 대표는 "환자가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환경,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충실하게 제공하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의원급 데이터 확보 속도가 더디다"며 "심평원에 데이터 공개 계획을 문의했으나 공개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이 병원급 이상과 달리 의원급에 대해 개발자용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는 의원급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반발도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했다.
의료계는 보건당국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에 반대해왔다.
심평원은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민간에서 광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급 이상의 정보는 공개하는 방침과 모순된다는 지적에 심평원 관계자는 "의원급은 병원급 이상보다 훨씬 수가 많기 때문에 진료비 데이터가 프로그램용으로 공개됐을 때 불법 의료광고에 남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보건당국 진료비 공개, 어렵고 불편…"환자 눈높이 맞추기 실패"
동네의원 정보, 진료비 앱 개발자용으로 제공안해…"혁신서비스 개발에 제약"
근골격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인 도수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라 의료기관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작년 9월 말 보건당국의 발표를 보면 1회에 2천원을 받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일부 병원과 의원은 50만원을 청구, 격차가 250배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인력·시설이 가장 우수한 대학병원급의 평균진료비가 약 5만4천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의원급이 10만3천원으로 되레 비쌌다.
다초점 백내장수술에 쓰이는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1개당 최저 25만원에서 최고 831만원으로 그 격차가 33배에 달했다.
대학병원급이 평균 130만원을, 의원급은 그보다 훨씬 비싼 평균 291만원을 받고 있었다.
[표] 의료기관 규모별 도수치료 비용 분포(단위 : 원, 배)
┌───────┬───────┬───────┬──────┬──────┐
│ 병원 규모 │ 최저(a) │ 최고(b) │ 평균 │가격비(b/a) │
├───────┼───────┼───────┼──────┼──────┤
│ 상급종합병원 │ 14,989│ 158,000│ 53,882│ 10.5│
├───────┼───────┼───────┼──────┼──────┤
│ 종합병원 │ 3,000│ 260,000│ 67,289│ 86.7│
├───────┼───────┼───────┼──────┼──────┤
│ 병원 │ 2,000│ 500,000│ 98,355│ 250.0│
├───────┼───────┼───────┼──────┼──────┤
│ 의원 │ 0│ 500,000│ 103,161│ -│
└───────┴───────┴───────┴──────┴──────┘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표] 의료기관 규모별 다초점 인공수정체 비용 분포(단위 : 원, 배)
┌───────┬───────┬───────┬──────┬──────┐
│ 병원 규모 │ 최저(a) │ 최고(b) │ 평균 │가격비(b/a) │
├───────┼───────┼───────┼──────┼──────┤
│ 상급종합병원 │ 435,000│ 3,120,000│ 1,296,731│ 7.2│
├───────┼───────┼───────┼──────┼──────┤
│ 종합병원 │ 287,700│ 4,300,000│ 1,284,872│ 14.9│
├───────┼───────┼───────┼──────┼──────┤
│ 병원 │ 330,000│ 5,810,950│ 2,981,453│ 17.6│
├───────┼───────┼───────┼──────┼──────┤
│ 의원 │ 250,000│ 8,312,880│ 2,914,366│ 33.3│
└───────┴───────┴───────┴──────┴──────┘
※자료: 보건복지부 자료 재구성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수십에서 수백배에 이르는 진료비 격차는 비급여 진료가 질병 치료에 필수가 아니어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자율로 정하기 때문이라고 13일 밝혔다.
진료비가 비싸고 비필수 진료라는 특성으로 인해 자주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가입자들이다.
실손보험에 들었다고 하더라도 2017년 4월 이후 가입자는 비급여 진료 이용량이 많으면 본인 부담이 상당히 무거워지기 때문에 가격은 비급여 진료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핵심정보에 해당한다.
2017년 4월부터 작년 6월까지 팔린 실손보험은 3개 특약(도수치료, 비급여주사, 비급여 자기공명영상)의 연간 보장한도가 250만∼350만원으로 설정돼 있고, 작년 7월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은 연간 비급여 이용량이 100만원만 돼도 보험료가 2배 이상으로 할증이 된다.
300만원 이상이면 부담이 4배로 커져 보험료 '폭탄'을 맞게 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4세대 실손 가입자에게는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더욱 중요해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보건당국은 이러한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기관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2013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웹사이트를 통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시작했고, 작년에는 의원급까지 616개 비급여 항목으로 정보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현재의 진료비 공개 방식은 일반 환자와 소비자가 확인·비교하기 너무 어렵고 불편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서비스는 의학·전문용어를 쓰고, 세부 요소별 가격을 구분해 제시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로는 검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환자들이 '수면 대장 내시경'으로 심평원에서 검색하면 결과를 전혀 얻을 수 없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시술인 '하이푸', 유방암 진단을 위한 조직검사 '맘모톰' 등도 검색 결과가 '0건'으로 나온다.
수면 대장 내시경의 경우 '진정내시경환자관리료I'로, 하이푸는 '초음파 유도화 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자궁근종·자궁선근증)'로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를 알지 못하는 일반인으로서는 가격 비교 서비스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맘모톰 진료비를 비교하려면 초음파/엑스선 진단가격, 시술가격, 조직 채취용 바늘 가격의 전문 용어를 다 알아서 일일이 검사한 후 합산해야 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서비스는 환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비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의료법 취지를 살리려면 당국이 효과적인 정보 제공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원급 정보를 비급여 진료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을 위해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작년 말 한 스타트업이 심평원의 공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출시한 비급여 진료비 정보 애플리케이션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용어와 방식으로 결과를 제시, 조회가 상대적으로 쉽고 편리한 편이다.
민간 앱은 그러나 전국적으로 6만2천개에 이르는 의원급 정보를 전부 취급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평원이 의원급 진료비 정보를 프로그램용 데이터, 즉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방식으로 제공하지 않는 탓이다.
공개된 데이터조차 100% 활용되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는 인력을 투입해 심평원이나 개별 의료기관 웹사이트에서 일일이 정보를 확인해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다.
6만개가 넘는 의원의 비급여 항목 정보를 전부 확보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비급여 진료비 비교 앱 '아프지마'를 운영하는 김대이 대표는 "환자가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용자 환경,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충실하게 제공하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의원급 데이터 확보 속도가 더디다"며 "심평원에 데이터 공개 계획을 문의했으나 공개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보건당국이 병원급 이상과 달리 의원급에 대해 개발자용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배경에는 의원급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반발도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했다.
의료계는 보건당국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에 반대해왔다.
심평원은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민간에서 광고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급 이상의 정보는 공개하는 방침과 모순된다는 지적에 심평원 관계자는 "의원급은 병원급 이상보다 훨씬 수가 많기 때문에 진료비 데이터가 프로그램용으로 공개됐을 때 불법 의료광고에 남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