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심장' 겨눈 러시아…본격화하는 키이우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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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방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 도심에서 25㎞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요새화하고 결사 항전에 나서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키이우를 점령하려면 도시에 있는 모든 우크라이나인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키이우 인근 소도시와 교외 지역에서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격전이 이어졌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의 서쪽과 북쪽, 동쪽에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키이우 남쪽 도시 바실키우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연료 저장소가 불탔고, 군 공항 활주로가 완전히 파손됐다. 키이우 서북쪽 도시 이르핀에서는 일부 러시아군 병력이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시가전을 벌였다. AP통신은 이르핀의 거리와 공원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으며 사방에서 총탄과 포탄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과 자원군은 키이우 공방전을 대비하고 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도시 인구의 절반인 200만명가량이 떠났다"며 "이제 모든 집과 거리가 요새화됐다"고 말했다. 키이우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도시인 체르니히우에서는 랜드마크인 호텔 우크라이나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체르니히우는 약 1주일 전부터 러시아군에 포위된 상태다. 행정 당국자는 이 지역의 전기와 식수, 가스가 모두 바닥났다고 전했다.
12일째 러시아군에 포위된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1582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인도지원조정실(OCHA)은 마리우폴 주민들이 식량과 식수,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OCHA는 "물자 공급 부족으로 민간인 간 약탈과 폭력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약품이 부족해 많은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인 80여명이 대피해있던 마리우폴의 모스크(이슬람사원)가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지역 페레모하 마을의 피란 행렬을 공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이 사전에 합의된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대피하던 민간인을 향해 발포, 어린이 1명을 포함해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 13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1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