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림 여의도 면적 22배 소실·건물 324채 피해·이재민 118명 발생
강풍·건조·연무에 '악전고투'…동시다발 산불에 헬기도 부족
"무시당해서" 토치 방화에 강릉·동해 불바다·도심 '아비규환'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하루빨리 일상으로" 피해 복구 구슬땀
[동해안 산불] 봄날 앗아간 '산불 악몽'…열흘 만에 되찾은 일상
따스한 3월의 봄날을 공포로 몰아넣은 동해안 대형산불이 봄비가 내린 13일 울진·삼척 주불진화를 끝으로 열흘 만에 꺼졌다.

2000년 4월 7∼15일 동해안 산림 2만3천여㏊를 잿더미로 만든 대형산불을 뛰어넘어 가장 큰 피해를 낸 '악몽' 그 자체였다.

강원도 내 산림 피해 규모는 6천449㏊로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 22배가 넘고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9천32배에 달한다.

주택 등 건물 203채가 전소되는 등 324채가 피해를 봤고, 이재민은 118명이 발생했다.

울진·삼척과 강릉·동해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주택 복구비 등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 지자체는 산불이 남긴 상처를 하루빨리 씻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해안 산불] 봄날 앗아간 '산불 악몽'…열흘 만에 되찾은 일상
◇ 울진서 강풍 타고 삼척으로 번져…LNG기지 사수 '초긴장'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께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화마(火魔)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삼척까지 마수를 뻗쳤다.

산림 당국은 인력 730여 명과 장비 92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일몰 시각에 가까운 때 불길이 번진 데다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원덕읍 일대가 금세 화염에 휩싸였다.

화마가 한때 호산리 LNG 생산기지에서 2㎞ 떨어진 앞산까지 접근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LNG기지 후문 1㎞까지 근접하면서 금세라도 집어삼킬 듯한 태세였다
당국은 소방에서 보유한 35만L(리터)급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2대를 LNG기지 주변에 전진 배치하며 기지를 사수했다.

바람이 잦아들면서 큰 불길이 잡히는듯했으나 짙은 연무와 헬기 부족으로 인해 진화가 장기화해 무려 '207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후 9시께 주불진화가 완료됐다.

[동해안 산불] 봄날 앗아간 '산불 악몽'…열흘 만에 되찾은 일상
◇ "무시당해서"…토치 방화에 동해 시가지 '아비규환'
삼척에서 난 산불이 수습되기도 전인 5일 오전 1시 8분께 강릉 옥계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주민들에 앙심을 품은 60대 남성의 주택 '토치 방화'로 시작됐다.

불은 거센 강풍을 타고 동남쪽으로 급속도로 확산, 동해시 전역을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비규환 상태로 몰아넣었다.

도심은 잿빛 하늘로 뒤덮여 햇빛을 완전히 가렸다.

대피 방송과 사이렌이 도심 전역에서 울렸고, 시야 확보조차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불은 발생한 지 정확히 '89시간 52분' 만인 8일 오후 7시께 꺼졌다.

방화범 A(60)씨는 현주건조물방화, 일반건조물방화, 산림보호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돼 지난 11일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주민들이 수년 동안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 등을 대며 방화 범행을 시인했다.

[동해안 산불] 봄날 앗아간 '산불 악몽'…열흘 만에 되찾은 일상
◇ 영월 산불 '93시간 악전고투' 끝에 진화
영월에서도 지난 4일 낮 12시 45분께 김삿갓면 외룡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93시간 15분' 만인 8일 오전 10시께 큰 불길이 잡혔다.

불길이 강풍을 타고 확산하면서 한때 주민 34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골바람이 워낙 거세게 분 데다 울진·삼척, 강릉·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산불이 발생하면서 진화력이 집중되지 못해 진화에 장장 93시간 15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경사도가 40∼45도에 달하고, 석회석 바위가 즐비한 돌산인 탓에 진화인력이 접근조차 어려워 헬기 의존도가 그 어느 지역보다 높았다.

[동해안 산불] 봄날 앗아간 '산불 악몽'…열흘 만에 되찾은 일상
◇ 진화 발목 잡은 헬기 부족·짙은 연무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진화 헬기가 분산되면서 진화는 더뎠다.

진화 기간 내내 헬기 부족으로 먼발치에서 불길만 쳐다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됐다.

삼척에서는 지난 6일 헬기 6대를 띄울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가 되도록 헬기가 1대도 보이지 않자 현장에서는 "헬기가 다 어디로 갔느냐"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헬기가 울진·삼척에 대규모로 투입되고, 그다음으로 강릉·동해에 집중하다 보니 영월에 배치되는 헬기 규모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바람이 잦아들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는듯했던 진화를 가로막은 또 다른 복병은 '연무'였다.

"오늘은 주불진화를 완료하겠다"는 매일의 계획이 무색하게 연무는 진화율을 답보 상태에 빠뜨렸다.

[동해안 산불] 봄날 앗아간 '산불 악몽'…열흘 만에 되찾은 일상
◇ 산림 6천449㏊ 소실·324채 피해·이재민 118명 발생
이번 산불로 인한 피해면적은 강릉·동해 4천㏊, 삼척 2천369㏊, 영월 80㏊로 잠정 집계됐다.

이를 모두 합하면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 22배가 넘고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9천32배에 달한다.

재산 피해는 동해에서 주택 등 181채가 전소되고, 113채가 일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강릉에서는 주택 등 15채가 전소되고 6채가 일부 탔다.

삼척에서는 주택 5채와 군 소초와 탄약고가 모두 타고, 원덕읍 고포마을회관 1층 등 시설물 2곳이 일부 소실됐다.

이재민은 동해에서 53세대 111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강릉과 삼척에서도 5세대 5명, 1세대 2명 등 총 61세대 120명이 발생했다.

영월에서는 재산 피해나 이재민이 발생하지 않았다.

◇ "하루빨리 일상으로" 산불 피해지 복구 총력
이번 산불로 울진·삼척과 강릉·동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에 따라 산불 피해를 본 주택 복구비 등 일부(사유시설 70%, 공공시설 50%)를 정부가 국비로 지원하게 돼 지자체는 그만큼 재정 부담을 덜게 됐다.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동해시는 지난 11일 분야별 피해조사를 마치고, 국가재난관리 정보시스템(NDMS)에 부서별 조사·입력을 17일까지 마칠 계획이다.

삼척시도 17일까지 산불 피해 현황을 접수하며 수습과 복구에 열을 쏟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이재민들은 이달 말 임시 조립주택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임대주택 5채를 긴급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임대주택은 보증금 없이 입주가 가능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월 임대료를 감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택이 전소된 이재민에게는 주거비 1천600만 원을 지원하고, 반파된 이재민에는 80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