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주총 데이’.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3월 말 특정 날짜에 몰리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렇게 되면 여러 종목을 갖고 있는 주주는 주총 참석이 힘들어진다. 금융당국은 주총일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올해도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이달 29일 정기 주총을 열겠다고 공시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는 총 407곳이다. 이날 LG, SK, 기아, 넷마블, 두산중공업, 카카오, 한화, 경동제약, 하림 등이 주총을 연다.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 예상한 주총 집중일은 25일, 30일, 31일인데 이 날짜들을 피하려다 오히려 29일에 기업 주총이 몰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날짜에도 주총이 몰렸다. 24일(216개), 28일(244개), 30일(191개), 31일(164개)에도 각 200개 안팎의 기업이 주총을 열 예정이다. 주총 소집 공고는 총회 2주 전까지 공시해야 한다. 이번주 초까지 추가로 공시할 기업을 포함하면 28∼31일 주총 개최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총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2018년부터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상장협과 코스닥협회가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기업은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공시 우수법인 평가 가점,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수수료 감경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상장협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작년부터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주총 1주일 전까지 공시해야 한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3월 초·중순까지 주총을 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작년부터 4월에도 정기 주총을 개최할 수 있게 됐지만, 올해 4월 주총을 열기로 한 회사는 아직 미창석유공업(9일)·STX중공업(9일) 등 2개사뿐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