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오는 5월 9일 끝나면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은 최장 15년간 비공개될 전망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은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의 청구에 따라 특활비와 김 여사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불복해 이달 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이 사건을 접수하고 재판부에 배당해 심리할 예정이지만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각하’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특활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 김 여사 의전 비용 예산 편성 금액과 지출 내용 등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사실상 공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 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간 비공개 대상이 된다. 아직 고등법원으로 사건 기록이 넘어가지도 않은 상황이고 당사자들의 항소 이유와 답변을 확인하는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문 대통령 임기 만료 전 항소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고심 기간까지 고려하면 판결이 임기 내 확정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차기 정권으로 임기가 넘어간 뒤에야 판결이 확정되는데, 이 경우 해당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되면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본안 판단 없이 사건을 마무리하는 결정이다. 자료가 더는 대통령 비서실에 존재하지 않게 되면 소송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 각하 결정이 나온다.

대통령 비서실은 행정소송 1심에서도 의전 비용 관련 예산과 지출, 특활비 운영 지침이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돼 비공개 대상이라는 논리를 폈다.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 5년 만에 동일하게 반복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10월 시민단체로부터 청와대 특활비 등의 예산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자 비공개를 결정했고 결국 소송에 들어갔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2016년 3월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들이 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며 1심을 깨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