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셀트리온
사진=셀트리온
분식회계 의혹을 벗은 셀트리온그룹의 상장 계열사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거래정지를 면하게 되면서 기사회생한 분위기다. 4년 전에 발생한 이슈이지만, 올해 1월 금융위원회 산하 회계전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가 사건을 증권선물위원회로 넘긴다는 소식에 주가가 재차 무너진 바 있다.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분식회계 논란에 따른 리스크 해소로 어느 정도의 주가가 회복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이지만, 이후가 문제다. 주력사업인 바이오시밀러 생산·판매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이 추진돼 추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맞서고 있다.

14일 오전 10시7분 현재 셀트리온은 직전 거래일 대비 1만2000원(6.94%) 오른 18만5000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300원(9.46%) 뛴 7만2900원에, 셀트리온제약은 9200원(9.83%) 상승한 10만28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지난 11일 개최된 제7차 임시 증선위에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가 의결된 영향이다. 검찰 통보나 고발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식 매매거래 정지 등의 악재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의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닌 중대한 과실로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가 회복세가 예상보다는 강하지 못해 보인다. 회계기준 위반 관련 사안이 증선위로 넘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져 하루만에 세 회사의 주가가 각각 12%대로 하락한 1월14일의 시초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의 주력 사업 분야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 격화로 예전만큼의 성장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에서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랜 기간 지속된 감리 결과 발표로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단긴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면서 “본업인 바이오시밀러에서의 고성장을 견인할 2022년 이후 출시될 다수의 후속 바이오시밀러들에 대한 매출 기대치는 후발 주자 진입 및 경쟁 심화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기존 25만5185원에서 25만원으로 내렸다.

셀트리온그룹 상장계열사들의 주가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를 개발하던 중인 2020년말에서 작년초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맏형인 셀트리온의 직전 거래일 종가 17만3000원은 2020년 종가(35만2352원) 대비 50.90% 빠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의 낙폭도 각각 58.34%와 59.62%다. 렉키로나 개발 과정에서 생산설비의 일부를 임상 시약을 생산에 할당하면서 바이오시밀러의 매출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력사업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개발한 렉키로나의 제품 수명이 다해간다는 점도 문제다. 이 문제로 인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97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직전 분기 대비 반토막 이하로 축소된 167억원을 남기는 데 그쳤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능 미미로 렉키로나의 낮아진 시장성을 고려해 재고자산 평가충당금 300억원을 작년 4분기에 일시 반영했다”며 “또 10년동안 상각 예정이었던 렉키로나 관련 연구·개발(R&D) 비용 역시 위험자산 손상차손으로 200억원이 일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그룹 상장 계열사 세 곳의 합병이 추진되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번 회계 감리 이슈로 인해 사업·경영 투명성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합병 추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이 당장 추진되기는 어렵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결정한 800억원(50만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이 현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을 마치고 한달이 지나야 합병을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