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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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얼마전 ‘대선 패배의 원인과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내 중진 의원의 자아 비판인 만큼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한 민주당의 정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민주당이 왜 질 수 밖에 없었는지, 앞으로 갈길도 순탄치 않겠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읍참마속”이라며 강력한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출발은 노영민(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 김현미(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부동산 책임자의 출당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최대 패인중 하나가 부동산 실정이라는 점은 누구나 지적하는 사항이긴 하나, 김 의원의 분석 및 대안은 꽤나 번지수를 잘못 찾은 듯 하다.

김 의원의 주장대로 김현미 전 장관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무자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두 사람 대신 그 누구를 앉혔어도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듯하다. 그 이유는 민주당 진영내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때부터 민주당 인사들은 부동산 투자(지나치면 투기)를 경제 현상의 하나로 보지 않고,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으로 간주했다.(대한민국 대통령의 한국경제 이야기2, 이장규) 그러다 보니 정책 내용이 다분히 응징적·감정적으로 치우치게 되고, 자연스레 ‘세금폭탄’과 같은 징벌적 정책으로 흐르게 된 것이다. 부동산에 완전 문외한인 정치인 김현미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하고, 노무현 정권의 종부세 설계자 김수현 교수를 정책실장에 앉힌 것도 이런 부동산 접근법에 기인한 것이다.

문 정부의 28번이나 되는 부동산 정책중 상당수는 부동산 거래에서부터 보유, 처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세금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대주택 사업자에 줬던 세제혜택도 도로 빼앗고, 심지어는 소급 적용까지 했다. 이러다 보니 “나라가 네꺼냐“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김 의원조차 작년 1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거론하자 ”우리나라 대다수 지역에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윤석열 공약의 핵심은 강남만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묘하게도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서울의 14개구는 거의 대부분 올해부터 1주택자도 종부세 대상으로 들어가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국민의힘이 광주에서 유일하게 38%를 얻은 봉선2동은 전남에서 유일하게 종부세를 내는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집값을 잡지 못한 것도 문제이거니와 그 보다는 집값 폭등에 세금폭탄까지 투하하자 민심 이반이 일어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유일하게 실정으로 인정한 부동산 문제로 노 정권은 대선에서 패했고, 부동산 정책에서는 ’노무현 시즌2‘였던 문 정부 역시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나마 정책실패를 자인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마저도 인색하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김 의원은 조국사태 책임자, 윤석열 추천인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역시 하나씩 따져보자. 조국사태 책임자는 청와대 근무시절 ’대통령 복심‘으로 통하던 Y 의원을 지칭하는 듯하다. Y 의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논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에 임명강행 할 것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람이다. 보기에 따라선 책임이 아주 없다고 할 순 없으나, 진짜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있다. 조국 본인과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 두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조국을 민정수석에 앉힐 때부터 후임자로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법무부 장관에 결국 임명시킨 것이다. 그 전에 조국이 민정수석 시절 자녀입시 비리가 터져 나왔을 때 물러났다면 사태가 그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조국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후 35일을 버티다 결국 사퇴했다. 조국 사태를 보는 김 의원의 시각은 다음 표현에서 결국 4차원에 이른다. ”조국 문제는 민주당을 내로남불 대표정당으로 만들었다.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민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라고 한다. ’국민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 부인 정경심 씨에 대해 법원이 11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한 명백한 범법 사실이 있는데, ”국민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김 의원은 ”인사 실패의 끝판왕은 윤석열 당선인이다. 이 정부가 키운 당사자가 4년만에 칼을 품고 덤볐다. 도대체 윤석열이 검찰개혁을 할 적임자라 판단한 사람은 누구이며 대통령에게 천거한 책임자는 누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 의원이 말하는 추천인은 문 대통령의 측근 Y 씨를 지칭하는 듯하다. 그게 누가됐든 그렇게 중요한가. 국민은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정권과 정면 충돌한 사건들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조국 사태외에도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 권력 핵심이 연루돼 있을 것으로 강한 의심이 가는 사건들의 진상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정권덕에 검찰총장자리까지 초고속 승진한 윤 당선인이 묵과했으면 그냥 지나 갔을 일을 배은망덕하게 건드렸다고 분노하는 것인가. ”감히 임명직이 주인격인 선출직에 덤벼든다“는 봉건적 사고방식 아닐까. 윤 당선인을 오늘날의 자리에 올려준 일등공신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문 대통령이라는게 세간의 유머다.

김 의원은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출당 조치를 통해)패전의 책임을 추상같이 물어야 한다. 그런 정도의 조치가 아니면 민주당이 반성한다는 신호를 국민께 보여드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과연 국민이 그렇게 생각할까. 국민은 ’보여주기식 쇼‘’이벤트 정치‘ 정도는 가릴 줄 아는 정치 의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화끈한 이벤트 궁리에 몰두할게 아나라 진정 정책으로 눌러 보겠다고 생각을 바꿔보라. 그게 앞으로 민주당이 나아갈 길 아니겠는가.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