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 두 달간 조사 결과 발표…"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인재"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원인이 공식 규명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두 달간 진행한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사조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 시공·지지방식 임의 변경에 따른 가벽 설치로 인한 작업 하중 증가 ▲ 설비(PIT) 층 하부 3개 층 가설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 ▲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을 지목했다.

임의로 시공 방법을 변경해 과한 하중이 작용했고, 밑을 받치는 동바리가 없는 상태로 슬래브가 처지다가 결국 파괴, 무량판 슬래브가 16개 층에 걸쳐 연쇄 붕괴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사고 원인은 연합뉴스가 사고 발생 초기부터 추정 원인으로 지목한 것과 유사한 결과다.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붕괴 참사를 야기한 부실 공사가 진행된 경위를 다시 되짚어봤다.
◇ 시공방법 임의 변경→하중 증가로 이어져
사조위는 첫 번째 사고 원인으로 붕괴가 시작된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도서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한 점에 주목했다.

시공방법을 무지보 공법으로 바꿔 일체형 거푸집인 데크플레이트(Deck plate·이하 데크)를 설치하기 위해 PIT 층 바닥에 콘크리트 가벽 7개를 설치하면서 설계조건의 2.24배에 달하는 하중이 중앙부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당초 재래식 거푸집으로 최고층 슬래브를 타설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던 현산은 층고가 낮은 PIT 층에 거푸집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판단, 지지대 설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데크 공법으로 시공 방법을 하청업체인 가현종합건설 측과 협의해 변경했다.

현산 측은 화단 등을 설치해야 해 높이 차가 나뉜 부분에는 나무 등으로 만든 '헛보' 대신 콘크리트로 '가설 지지대(역보)'를 7개가량 만들며 데크를 받치게 했다.

콘크리트 가설 지지대는 수십t의 하중을 야기하는 구조물이었지만, 현산 측은 이에 대한 구조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

감리는 공법 변경에 따른 구조검토를 위해 도면 제공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지 못하는 등 구조 검토 요구는 현장에서 묵살됐다.
◇ 붕괴 지점 하부 3개 층 동바리 조기 철거 '몰랐다?'
사조위는 두 번째 붕괴 원인으로 PIT 층 하부 3개 층(36~38층)에 가설 지지대(동바리)를 조기 철거, PIT층 슬래브가 하중을 모두 견뎌야 해 1차 붕괴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동바리를 미리 철거한 것이 PIT 층 바닥슬래브의 1차 붕괴를 유발했고, 건물 하부 방향의 연속붕괴로 이어지도록 한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철근 콘크리트 작업 시 충분한 콘크리트 강도를 확보하고, 상부층 작업 하중을 견디게 하기 위해 아래 3개 층의 거푸집이나 동바리는 철거하지 않고 남겨둬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고 발생 사흘 전 38층의 거푸집과 동바리가 미리 철거됐다.

붕괴사고가 난 공간은 최상층으로 슬라브 타설을 마치면 38층 이하 자재를 빼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공사 편의나 비용 절감을 위해 39층을 타설하기 전 미리 동바리를 해체하고 반출한 것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주장이다.

하청업체 측은 "동바리 철거는 현산의 지시에 의해 철거한 것이다"고 진술했으나, 현산 측은 "동바리가 철거된 것을 확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동바리 철거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15개 층 콘크리트 강도 미달
마지막으로 사조위는 붕괴 현장 다수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이하로 드러나 건물 안전성이 저하된 상태였다고 봤다.

현장 17층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를 강도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중 15개 층 시험체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강도(24MPa)의 85%에 미달한 상태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강도 부족은 철근과 부착 저하로 이어져 붕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콘크리트 양생 불량은 사고 초기부터 붕괴 의심 요인으로 지목됐는데, 눈이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되고, 보양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정황이 CCTV 화면 등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표준공시체와 실제 시공 콘크리트가 차이를 보여, 비용이 드는 유화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을 타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이 의심되고 있고 콘크리트 자체의 성분 불량 가능성도 있다.
◇ 감리 부실도 원인…"총체적 부실로 발생한 인재"
감리 부실도 공사 관리 측면에서 사고원인으로 추정했다.

사조위 측은 건축심의 조건부 이행사항인 원설계자와 시공 시 관계 전문기술자와의 업무협력을 이행하지 않았고, 감리단이 현장에서 사용한 검측 체크리스트에 세부 공정의 검사항목이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리는 '데크플레이트 지지용 콘크리트 가벽'에 대한 도면 및 공법변경 내용과 하부 3개 층의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 등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했다.

사조위는 재발방지책으로 ▲ 제도 이행 강화 ▲ 감리제도 개선 ▲ 자재·품질관리 강화 ▲ 하도급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김규용 건설사고조사위원장(충남대 교수)은 "붕괴사고의 원인은 구조 안전성 검토 부실, 콘크리트 시공 품질 관리 부실, 시공관리·감리기능 부실 등 총체적인 부실로 발생한 인재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