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됐던 항공산업 등이 다시 타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항공과 석유화학 관련 제조사에 대한 투자를 앞다퉈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로 비용 압박을 받는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제 유가는 지난주 한때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이달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17.25달러였던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지난 11일 14.02달러로 떨어졌다. 이 회사의 채권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델타항공의 2029년 만기 6억달러 규모 채권 수익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에서 델타항공 채권을 찾는 수요가 사라지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럽 저가항공사 위즈에어도 투매 행렬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타이어 제조사 굿이어타이어&러버의 주식과 채권도 투자자들의 기피로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

국제 유가는 11일 배럴당 110달러대로 다소 떨어졌지만 시장에선 연내 2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FT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기업과 주요국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셰일오일 기업 헤스의 존 헤스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비상사태”라고 말했다.

유럽 기업 역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 최대 시안화나트륨 제조업체인 체코의 드라슬로브카는 최근 “비용 상승으로 인해 유럽 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