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40원 선을 돌파했다. 장중 1240원 선을 돌파한 것은 1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단기 고점으로 1280원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1시 58분 기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원 오른 1240원에 거래 중이다. 5원 상승한 1237원에 출발한 환율은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워 오후에 1240원 선을 돌파했다. 장중가 기준으로 124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29일(1240원 40전)이 마지막이었다. 이대로 마감할 경우 종가 기준으로 2020년 5월 25일(1244원 20전) 후 최고가를 기록하게 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된 결과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 자리 잡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 합동 훈련시설인 국제평화유지·안보센터(IPSC)를 공격했다는 소식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오는 16일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 1억7000만달러 지급을 앞둔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오는 15~16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도 안전자산 선호도를 높였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7.9%)이 1982년 1월(8.4%) 이후 가장 높은 만큼 Fed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Fed가 금리를 인상하면 미 국채 수익률이 급증하면서 고금리를 좇는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덩달아 달러가치는 상승한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한국 자본시장을 빠져나가는 외국인 투자금도 불어나고 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이달 4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이 기간에 외국인은 4조원어치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주식 매각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환율도 뜀박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안팎에서는 환율이 1250원 선을 뚫고 1260~1280원 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230원 선을 뚫린 데다 달러 매수 흐름이 이어지면서 환율이 1250원 선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다"며 "당국의 개입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움직임이 몰리면서 상승 속도가 꺾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양상에 따라 1260~1280원 선까지 치솟을 여건이 조성됐다"며 "코로나19 당시 고점인 1280원 선에 도달하면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1280원을 뚫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