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10년] "미국과 FTA는 '통상 부스터샷'…한우 망한다는 우려 과도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12년 3월 한미FTA 정식 발효
소고기·스크린쿼터 등 우려 컸지만
한우 고급화되고 영화 경쟁력 상승
환경·디지털 등 신통상 이슈 부각
"다자·양자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
미·중 갈등 속 보편가치 추구하되
"中이 보편가치 노력하면 협력해야"
소고기·스크린쿼터 등 우려 컸지만
한우 고급화되고 영화 경쟁력 상승
환경·디지털 등 신통상 이슈 부각
"다자·양자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
미·중 갈등 속 보편가치 추구하되
"中이 보편가치 노력하면 협력해야"
10년 전 오늘인 2012년 3월 15일,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됐다. 당시만 해도 한미FTA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국가와의 FTA 체결이 국내 산업경쟁력을 갉아먹지는 않을지, 미국산 소고기가 밀려들어와 국내 농축산업계가 모두 망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국민이 많았다.
10년이 지난 오늘, 과거의 우려는 대부분 기우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10년 동안 두 배 규모로 확대됐고, 국내 축산농가는 대형화되며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통상 지형을 넓힌 '부스터샷'이자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게임 체인저'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미FTA는 한국 경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부작용은 없었을까. 지난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한미FTA, 나아가 대한민국 통상호(號)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여 본부장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한 자리에 모였다. 사회는 이정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차장이 맡았다. ▷사회=한미FTA로 우리가 얻은 성과는 무엇입니까.
▷여한구 본부장=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크고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당시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에 밀려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었죠. 이때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과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한미FTA입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유행을 선도한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김흥종 원장=한미 양국 사이의 교역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을 한미FTA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反) 세계화 흐름으로 인해 세계 교역량은 감소하거나 성장세가 크게 정체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꾸준히 교역을 늘려왔죠. 한미FTA를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또 △국내 생산과 고용의 증가 △경제·사회 시스템 선진화 △국민 삶의 질 향상 △외국인투자 확대 등 체결 당시 내세웠던 목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안덕근 교수=통상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미FTA를 체결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해외로부터 시장 개방 요구가 있을 때 최대한 예외를 찾아내 국내 시장을 적게 개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한미FTA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방을 스스로 이뤄냈죠. 지식재산권, 서비스 분야 개방이 대표적입니다.
▷사회=한미FTA가 다른 국가와의 FTA를 추진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겠습니다.
▷여한구 본부장=한미FTA는 요즘 말로 하면 '통상 부스터샷'이었습니다. 부스터샷을 바탕으로 한국은 현재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글로벌 GDP의 85%에 해당하는 시장을 확보한 것입니다. ▷김흥종 원장=2006년 2월 2일 한미 양국 통상장관이 미국에서 만나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3일 뒤에 주한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제가 과거에 작성한 한-EU FTA 관련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 EU본부에 제출해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미국과는 별도로 2004년부터 EU에 FTA를 맺자고 물밑에서 계속 접촉했지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던 EU의 태도가 그렇게 바뀐 것입니다. 한미FTA가 선진국과의 통상관계 발전에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회=FTA 체결 당시 소고기, 스크린쿼터제 등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김흥종 원장=결과적으로 보면 과거의 우려는 모두 과도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늘었지만 한우가 아닌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대체했습니다. 한우는 이력제 시스템 도입, 한우 농가 대형화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영화 산업도 우려가 컸지만 정부가 한미FTA 체결을 계기로 영화발전기금을 마련해 체계적 지원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성과는 우리가 모두 잘 알듯이 한국 콘텐츠의 눈부신 성장이죠. ▷사회=한미FTA의 부작용은 없었나요.
▷안덕근 교수=한우 경쟁력은 더 높아졌지만 참외와 같이 한국 고유의 농산물이 과일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블루베리, 애플망고와 같이 다양한 대체재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일부 농가는 분명 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습니다. 다만 일부 사례를 바탕으로 과장된 우려가 확대되고, 조금이라도 피해가 예상되면 정부에 과대 보상을 받으려는 정치적 액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습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로 한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정신에 반하는 것 아닌가요.
▷여한구 본부장=자유무역을 하자는 취지에서 봤을 때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철강 수입 쿼터제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철강 이슈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스마트하게 접근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EU와 일본도 쿼터 시스템을 수용하면서 최근 미국과 합의를 이뤘죠. 한국 정부도 미국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협상을 위해 협의해가고 있습니다. ▷한미FTA의 한계는 무엇일까요.
▷안덕근 교수=체결 당시만 해도 한미FTA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 수준이 높고 선진적인 FTA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비해 한미FTA가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디지털, 식품위생 등 신(新) 통상 분야가 그렇죠. 이렇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여한구 본부장=2018년 한미FTA 개정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현재 추가적인 한미FTA 개정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엔 공급망 이슈로 인해 통상협력도 역내 블록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새로 제안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대표적이죠. 정부는 IPEF와 같은 다자적 틀에서 공급망, 디지털 이슈를 포괄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흥종 원장=저는 다자적 틀과는 별도로 미국과의 양자 FTA도 신통상 이슈를 담기 위해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에는 개인정보보호, 소스코드 공개 여부, 공공데이터 접근 권한 등 디지털 분야에 있어 중요한 규범이 담겨있습니다. 한미FTA엔 없는 내용이죠. 다자간 협력에 충분히 참여하되, 양자간 FTA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회=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상정책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합니까.
▷여한구 본부장=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에 흑백논리를 앞세우면 위험합니다. 최대한 함께 공존할 부분을 찾아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흥종 원장=지금까지 우리는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못했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과거엔 한반도 중심의 '서바이벌 외교'가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서바이벌 외교를 넘어 보편적인 외교를 해야 하는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안덕근 교수=서방 세계는 인권보호, 민주주의, 공급망 안정 등 보편적인 가치를 명분으로 앞세워 경제 블록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중국과 등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도 보편적 가치에 참여하겠다는 노력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한미FTA와 한중FTA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신통상 이슈에서도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10년이 지난 오늘, 과거의 우려는 대부분 기우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10년 동안 두 배 규모로 확대됐고, 국내 축산농가는 대형화되며 경쟁력이 높아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FTA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통상 지형을 넓힌 '부스터샷'이자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게임 체인저'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미FTA는 한국 경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부작용은 없었을까. 지난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한미FTA, 나아가 대한민국 통상호(號)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여 본부장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한 자리에 모였다. 사회는 이정호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차장이 맡았다. ▷사회=한미FTA로 우리가 얻은 성과는 무엇입니까.
▷여한구 본부장=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시장 규모가 크고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당시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에 밀려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었죠. 이때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과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한미FTA입니다. 10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코리아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유행을 선도한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췄습니다. ▷김흥종 원장=한미 양국 사이의 교역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을 한미FTA의 가장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反) 세계화 흐름으로 인해 세계 교역량은 감소하거나 성장세가 크게 정체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꾸준히 교역을 늘려왔죠. 한미FTA를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또 △국내 생산과 고용의 증가 △경제·사회 시스템 선진화 △국민 삶의 질 향상 △외국인투자 확대 등 체결 당시 내세웠던 목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안덕근 교수=통상 문제에 있어 한국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미FTA를 체결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해외로부터 시장 개방 요구가 있을 때 최대한 예외를 찾아내 국내 시장을 적게 개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한미FTA를 통해 세계무역기구(WTO)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방을 스스로 이뤄냈죠. 지식재산권, 서비스 분야 개방이 대표적입니다.
▷사회=한미FTA가 다른 국가와의 FTA를 추진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겠습니다.
▷여한구 본부장=한미FTA는 요즘 말로 하면 '통상 부스터샷'이었습니다. 부스터샷을 바탕으로 한국은 현재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글로벌 GDP의 85%에 해당하는 시장을 확보한 것입니다. ▷김흥종 원장=2006년 2월 2일 한미 양국 통상장관이 미국에서 만나 한미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3일 뒤에 주한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제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제가 과거에 작성한 한-EU FTA 관련 보고서를 영어로 번역해 EU본부에 제출해도 되겠냐고 묻더군요. 미국과는 별도로 2004년부터 EU에 FTA를 맺자고 물밑에서 계속 접촉했지만 전혀 관심을 주지 않던 EU의 태도가 그렇게 바뀐 것입니다. 한미FTA가 선진국과의 통상관계 발전에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회=FTA 체결 당시 소고기, 스크린쿼터제 등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김흥종 원장=결과적으로 보면 과거의 우려는 모두 과도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늘었지만 한우가 아닌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대체했습니다. 한우는 이력제 시스템 도입, 한우 농가 대형화로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영화 산업도 우려가 컸지만 정부가 한미FTA 체결을 계기로 영화발전기금을 마련해 체계적 지원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성과는 우리가 모두 잘 알듯이 한국 콘텐츠의 눈부신 성장이죠. ▷사회=한미FTA의 부작용은 없었나요.
▷안덕근 교수=한우 경쟁력은 더 높아졌지만 참외와 같이 한국 고유의 농산물이 과일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블루베리, 애플망고와 같이 다양한 대체재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일부 농가는 분명 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습니다. 다만 일부 사례를 바탕으로 과장된 우려가 확대되고, 조금이라도 피해가 예상되면 정부에 과대 보상을 받으려는 정치적 액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습니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로 한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정신에 반하는 것 아닌가요.
▷여한구 본부장=자유무역을 하자는 취지에서 봤을 때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철강 수입 쿼터제가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철강 이슈가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스마트하게 접근해야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EU와 일본도 쿼터 시스템을 수용하면서 최근 미국과 합의를 이뤘죠. 한국 정부도 미국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재협상을 위해 협의해가고 있습니다. ▷한미FTA의 한계는 무엇일까요.
▷안덕근 교수=체결 당시만 해도 한미FTA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 수준이 높고 선진적인 FTA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비해 한미FTA가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디지털, 식품위생 등 신(新) 통상 분야가 그렇죠. 이렇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여한구 본부장=2018년 한미FTA 개정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현재 추가적인 한미FTA 개정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엔 공급망 이슈로 인해 통상협력도 역내 블록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 새로 제안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대표적이죠. 정부는 IPEF와 같은 다자적 틀에서 공급망, 디지털 이슈를 포괄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흥종 원장=저는 다자적 틀과는 별도로 미국과의 양자 FTA도 신통상 이슈를 담기 위해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에는 개인정보보호, 소스코드 공개 여부, 공공데이터 접근 권한 등 디지털 분야에 있어 중요한 규범이 담겨있습니다. 한미FTA엔 없는 내용이죠. 다자간 협력에 충분히 참여하되, 양자간 FTA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회=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통상정책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합니까.
▷여한구 본부장=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한국에게 미국과 중국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에 흑백논리를 앞세우면 위험합니다. 최대한 함께 공존할 부분을 찾아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흥종 원장=지금까지 우리는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못했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과거엔 한반도 중심의 '서바이벌 외교'가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서바이벌 외교를 넘어 보편적인 외교를 해야 하는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안덕근 교수=서방 세계는 인권보호, 민주주의, 공급망 안정 등 보편적인 가치를 명분으로 앞세워 경제 블록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중국과 등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도 보편적 가치에 참여하겠다는 노력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한미FTA와 한중FTA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던 것처럼 신통상 이슈에서도 가교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