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제재 처분 취소 1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같은 사안에서 승소를 거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정반대 결론이 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14일 함 부회장과 하나은행 등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DLF 사태는 무엇인가?

함영주와 손태승…두 CEO 운명 가른 '내부통제 마련 기준'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DLF란 장단기 스와프금리 또는 국고채 등 기초자산 가격 변동률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펀드상품으로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는 상품이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총 7950억원어치 팔았다. 그러나 은행 측 예상과 달리 그해 말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3000여 명의 소비자가 수천억원 손실을 입은 사태가 빚어졌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했다고 판단해 두 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당시 각 은행장들)에게 향후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손태승과 함영주, 운명 가른 기준은?
...'내부통제 마련 의무'

함영주와 손태승…두 CEO 운명 가른 '내부통제 마련 기준' [오현아의 법정설명서]
두 은행장의 1심 판결은 정반대로 났다. 지난해 8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DLF 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서 승소했다.

핵심 쟁점은 우리은행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우리은행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강우찬)은 "금감원의 제재 사유 대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법은 내부통제 규범을 마련하라고 돼 있지, 이를 준수할 의무까지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규범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번 재판부는 같은 법령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함 부회장의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는 "하나은행과 함영주 전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현 시행령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실효성'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이 막대한 데 반해, 원고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린 것은 재량권 남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