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구 중 40% 사용…페북·트위터 이어 '여론 통제'
[우크라 침공] 러시아 인스타그램도 끊겼다…"점점 소통 단절"
러시아에서 인스타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13일(현지시간) 러시아인들이 서로 작별 인사를 하면서 다른 소셜미디어(SNS)에서 재회를 기약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오는 14일 러시아에서 인스타그램 금지가 시행되는 날을 하루 앞둔 주말에 러시아 사용자들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대신 옮겨갈 다른 SNS를 홍보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틀 전인 11일 러시아의 통신·정보기술·미디어 감독청 '로스콤나드조르'는 인스타그램에 대한 접속을 제한한다고 발표하고 48시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뒤 오는 1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러시아 국민들은 더는 자국에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던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사업적 기능으로 활용했던 인플루언서, 기업, 자선단체 등은 그 타격이 상당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무대로 했던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수년간 쌓아온 팔로워를 하루아침에 잃고, 그간 주 수입원이었던 광고 수익도 못 받을 상황에 놓이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은 동시에 대체 SNS 정보를 공유하며 팔로워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에서 사용이 가능한 텔레그램 계정이나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통하는 'VK' 계정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올리는 식이다.
[우크라 침공] 러시아 인스타그램도 끊겼다…"점점 소통 단절"
인스타그램을 주요 영업·홍보·소통수단으로 애용했던 중소기업이나 단체들도 타격을 크게 받았다.

러시아 동물보호소 '허스키 헬프'는 "인스타그램은 단순히 사진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동시에 수많은 직업과 선행을 위한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전 목소리를 냈던 일부 러시아 시민도 다른 러시아 국민이나 세계와 소통할 수단이 끊기면서 역풍을 맞은 셈이 됐다.

전쟁을 비판하고 러시아를 떠난 유명 방송인 크세니야 소브착은 검정 장례식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올리며 900만 팔로워들에게 다른 플랫폼에서 자신과 소통할 방법을 알렸다.

일부 우크라이나 사용자는 인스타그램 폐쇄에 따른 러시아인들의 과잉된 반응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사용자는 슬퍼하는 한 인플루언서 동영상에 "충격이다.

여기선 공습경보가 울린다"고 댓글을 남겼다.

이번 인스타그램 폐쇄조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옛 페이스북)가 러시아인에 대한 폭력 행사를 촉구하는 게시물을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메타 측은 '러시아 침략자들에 죽음을'과 같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대한 폭력적인 게시물은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러시아 민간인에 대한 폭력적 표현은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수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메타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함께 이미 지난 4일부터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러시아 국영 매체를 차별하고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앞서 메타는 러시아 국영 매체의 계정이 자사 플랫폼에서 광고나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러시아 국영 언론 계정과 이들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콘텐츠를 강등 조치했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인스타그램 폐쇄 조치에 "그 결정으로 러시아에 있는 사용자 8천만명은 서로한테서, 세계로부터 단절될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독일 통계 기업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러시아에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은 약 6천만명으로 총 인구(1억 4천580만)의 40%에 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