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유고시집 '헌팅턴비치에…' 출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어머니·딸에 대한 그리움 등 담아
지난달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열림원)가 출간됐다. 2008년 발표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 이은 두 번째 시집이다. 종교에 의탁하면서 얻은 영적 깨달음과 참회, 모든 어머니에게 보내는 감사와 응원, 자라나는 아이들의 순수와 희망, 먼저 세상을 떠난 딸 이민아 목사를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
고인은 자신이 열한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내내 그리워했다. 그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운동회에 가고,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던 추억을 떠올린다. 그의 시는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어머니는 아이들의 문화예요/봉황새 같은, 단청 같은,/그리고 빨갛게 그려놓은 일월도 같은.’(‘어머니는 단청 같은 문화예요’ 중)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그는 ‘내일은 없어도 모레는 있다’라는 시에서 ‘내일은 없어도 모레가 있다고 말해보세요/내일은 없어도 글피와 그글피가 있다고 말해보세요/품안의 아이가 웃을 겁니다’라고 한다. 시집 마지막 부분엔 딸에 대한 그리움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내 일찍이 수사학 공부를 했다/내 일찍이 수사학 교수가 되어/강의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수사학은 없다/어떤 조사도 죽음 앞에서는/무력하다’(‘죽음에는 수사학이 없다’ 중)
고인은 먼 길을 떠나기 며칠 전 어렴풋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서문을 불러주었다고 한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고인은 자신이 열한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내내 그리워했다. 그는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운동회에 가고,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먹던 추억을 떠올린다. 그의 시는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어머니는 아이들의 문화예요/봉황새 같은, 단청 같은,/그리고 빨갛게 그려놓은 일월도 같은.’(‘어머니는 단청 같은 문화예요’ 중)
희망의 메시지도 전한다. 그는 ‘내일은 없어도 모레는 있다’라는 시에서 ‘내일은 없어도 모레가 있다고 말해보세요/내일은 없어도 글피와 그글피가 있다고 말해보세요/품안의 아이가 웃을 겁니다’라고 한다. 시집 마지막 부분엔 딸에 대한 그리움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내 일찍이 수사학 공부를 했다/내 일찍이 수사학 교수가 되어/강의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그러나 죽음 앞에서는 수사학은 없다/어떤 조사도 죽음 앞에서는/무력하다’(‘죽음에는 수사학이 없다’ 중)
고인은 먼 길을 떠나기 며칠 전 어렴풋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서문을 불러주었다고 한다.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