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 달러로 빌린 채무도 자국 루블화로 갚겠다고 밝히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며 “러시아 정부에 충분한 자금이 있기는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6403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중 절반가량이 서방의 제재로 동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적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은행들의 러시아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1200억달러(약 149조원)에 이르지만 세계 금융에 엄청난 충격을 줄 만큼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러시아에 비우호적인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모든 채무 상환 및 이자 지급을 루블화로 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장 16일 투자자들에게 미국 달러 표시 국채 이자 1억172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러시아가 루블화로 지급할 경우 발행 당시 조건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른바 ‘기술적 디폴트’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이날 디폴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러시아는 1998년 금융위기 때 디폴트를 낸 전력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어 디폴트가 발생했던 반면 이번에는 고의적으로 이자 지급 등의 조건을 지키지 않는 기술적 디폴트가 될 전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