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내 증시가 해외에 비해 뜻밖의 선전 중이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가 원자재 급등세에도 선방하는 건 의외라는 평가다.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 선거 국면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크라發 증시 공포'…코스피, S&P500보다 선방
14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5%, 5.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각각 2.0%, 4.7% 하락한 미국 S&P500지수, 나스닥지수보다 우수한 성과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일본 닛케이225지수(-3.1%), 상하이종합지수(-3.5%)보다 나았다. 이 기간 홍콩 항셍지수는 10.3% 급락했다.

최근 증시를 움직이는 최대 변수는 원자재다. 러시아산 원자재 수급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며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인도네시아, 호주, 칠레 등 원자재 수출국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 이 기간 칠레 IPSA지수는 5.3%, 사우디 타다울올셰어지수(TASI)는 3.1% 올랐다. 그런데 한국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도 미국과 다른 아시아권 증시에 비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 분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 금리를 한 번도 올리지 못한 미국, 유럽, 일본과 달리 한국은 통화긴축을 선제적으로 단행해 유동성 축소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평가했다.

또 정치적 상황도 특수하다. 이달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20대 대통령 임기가 5월부터 시작된다.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박 연구원은 “경기부양 기대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영업환경 개선 여지도 커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