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청와대 '불통 5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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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청와대 '불통 500m'](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AA.29281005.1.jpg)
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뿐 아니라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일상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보고서를 전달하기 위해 급할 땐 자전거와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청와대 구조 탓이다. 대통령 집무실·부속실이 있는 본관과 비서실장·수석비서관 등 참모들이 근무하는 여민관은 500m가량 떨어져 있다. 도보로는 10분 정도 걸린다.
역대 대선 후보들이 청와대를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하는 공약을 단골로 내놓은 것도 이런 격리구조 때문이다. 8476㎡ 넓이의 한옥식 청와대 본관이 ‘구중궁궐’의 권위주의 이미지를 풍겨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전론의 이유였다. 본관 대통령 집무실은 출입문에서 책상까지 거리가 약 15m에 달한다. 장관이 보고를 마치고 뒷걸음질로 나오다가 다리가 꼬여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
청와대 이전이 매번 도루묵이 된 이유는 경호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광화문 청사는 대로변에 있어 테러 공격에 취약하다. 다른 이유도 있다. 청와대는 넓은 녹지공간이 있어 산책과 사색하기 좋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마음이 바뀌면서 민심과 괴리를 불렀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