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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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방배동 A의원은 아침부터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으려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진료 시작 30분 전인 오전 8시30분부터 100여 명이 3층 병원 입구부터 1층 계단까지 길게 늘어섰다. 결국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건물 엘리베이터에는 ‘신속(항원검사) 마감’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곳을 찾은 최모씨(62)는 “몸은 아픈데 선별진료소 검사도 2~3시간 걸리고, 이러면 대체 어디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개원 30분 전부터 긴 줄

신속항원검사 첫날, 3시간 대기줄 '검사 대란'
정부가 전문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로 인정하기로 한 첫날, 동네 병·의원들은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려 혼란을 빚었다. 일부 병원에선 준비했던 키트가 30분 만에 동나 기다리던 유증상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코로나19 검사 장소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증폭(PCR)검사를 하는 선별진료소 역시 2~3시간 대기줄이 이어졌다.

이날 서울 홍제동의 B병원 입구도 문 열기 10분 전인 오전 8시50분부터 50여 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 안에선 간호사 세 명이 검사 접수부터 체온 측정까지 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오전 9시10분께 병원 직원이 “최소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일부 시민은 탄식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직장인 윤모씨(32)는 “출근 전 병원 세 곳을 갔는데 전부 대기 인원이 많아 검사를 못 했다”며 “아예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

이날 동네 병·의원에 시민이 몰린 데는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한 방역체계가 바뀐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 동안 전문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PCR 검사량이 폭증하자 보건소가 확진자 관리·치료 등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그런 만큼 검사 장소를 늘려 보다 빨리 시민들이 검사를 받게 하려는 게 정부 의도였다.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병·의원은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총 7732곳(12일 기준)이다. 정부는 하루 최대 70만 건을 더 검사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선별진료소도 2~3시간 대기

정부 예측과 달리 동네 병·의원뿐 아니라 선별진료소까지 이날 검사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오전 10시께 홍제동 견인차량보관소 앞에 있는 임시선별검사소엔 300여 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서 있었다. 50㎝ 간격을 둬 대기해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시민은 직접 들고 온 캠핑용 간이 의자에 앉아 검사를 기다렸다. 직장인 윤모씨(42)는 “오전 10시에 왔는데 11시50분이 돼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진료소 직원이 자가진단키트에 양성이 뜬 것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서울시 홈페이지에 나온 선별진료소 혼잡도 현황을 보면 절반 넘는 진료소가 ‘혼잡’ ‘붐빔’ 상태였고, 세 곳은 검사 접수가 마감됐다.

“23일께 감소세로 전환”

방역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대유행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날 공개한 국내외 연구진의 코로나19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하루 신규 확진자는 16일 32만 명 이상으로 치솟고, 이달 23일께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위중증 환자는 23일 1800명을 넘어서고, 4월 초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변수는 ‘방역 완화’다. 정부는 이번주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완화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6인·11시(최대 6명이 오후 11시까지 사적 모임 가능)’ 등 현행 지침은 오는 20일까지다. 정부가 지난 3일 거리두기를 조정하면서 “다음엔 본격적으로 완화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사적 모임 인원·운영시간 제한이 대폭 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 같은 완화 조치로 정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자가 공식 확진자로 집계되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강호/이광식/이선아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