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수출지형 넓힌 '통상 부스터샷'"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미 FTA 10년' 좌담회
여한구 "美서 중국산에 밀리던
韓제품 위상 높인 게임 체인저"
김흥종 "美소고기에 점령은 기우
EU와 FTA 체결에도 도움"
안덕근 "지역 경제블록화 추세
보편가치 맞으면 中과도 협력해야"
여한구 "美서 중국산에 밀리던
韓제품 위상 높인 게임 체인저"
김흥종 "美소고기에 점령은 기우
EU와 FTA 체결에도 도움"
안덕근 "지역 경제블록화 추세
보편가치 맞으면 中과도 협력해야"
10년 전인 2012년 3월 15일,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됐다. 당시만 해도 한·미 FTA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와의 무(無)관세 동맹이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지는 않을지, 미국산 소고기가 밀려 들어와 국내 농축산업계가 도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이 많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우려는 대부분 기우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10년 동안 두 배로 커졌고, 국내 축산농가는 대형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통상 지형을 넓힌 ‘통상 부스터샷’이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게임 체인저였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통상질서 속에서 대한민국 통상호(號)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여 본부장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한자리에 모였다.
▷김흥종 원장=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反)세계화 흐름으로 인해 세계 교역량은 감소하거나 성장세가 크게 정체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지난해 959억달러로 71% 늘었습니다. 한·미 FTA를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안덕근 교수=통상 정책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최소한의 시장 개방 원칙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방을 스스로 이뤄낸 게 한·미 FTA입니다. 지식재산권, 서비스 분야 개방이 대표적입니다.
▷김 원장=한국의 FTA 체결 요청을 외면했던 유럽연합(EU)이 한·미 FTA 이후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선 게 생각납니다. 한·미 FTA가 선진국과의 통상관계 발전에 모멘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안 교수=참외와 같은 한국 고유의 농산물이 과일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블루베리, 애플망고와 같이 다양한 대체재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일부 농가는 분명 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습니다.
▷여 본부장=최근 공급망 이슈로 통상협력도 역내 블록화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미국이 새로 제안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대표적이죠. 정부는 다자적 틀에서 공급망, 디지털 이슈를 포괄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 원장=다자적 틀과는 별도로 양자 FTA도 신통상 이슈를 담기 위해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자간 협력에 적극 나서되 양자 간 FTA도 병행해 발전시키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안 교수=서방 세계는 민주주의, 공급망 안정 등 보편적인 가치를 명분으로 앞세워 경제 블록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우리가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등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도 보편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정리=정의진 기자
■ 참석자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회=이정호 경제부 차장
10년이 지난 지금, 이런 우려는 대부분 기우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10년 동안 두 배로 커졌고, 국내 축산농가는 대형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통상 지형을 넓힌 ‘통상 부스터샷’이자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게임 체인저였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통상질서 속에서 대한민국 통상호(號)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여 본부장과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14일 한자리에 모였다.
▷한·미 FTA 10년의 성과를 말해주시죠.
▷여한구 본부장=미국은 세계 최대이자 최신 기술과 트렌드가 교차하는 시장입니다. 10년 전 당시 한국산 제품이 중국산에 밀려 미국에서 존재감이 흔들리고 있었죠. 이때 우리 제품의 경쟁력과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김흥종 원장=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反)세계화 흐름으로 인해 세계 교역량은 감소하거나 성장세가 크게 정체됐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지난해 959억달러로 71% 늘었습니다. 한·미 FTA를 빼놓고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안덕근 교수=통상 정책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을 바꾼 계기가 됐습니다. 최소한의 시장 개방 원칙에서 벗어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방을 스스로 이뤄낸 게 한·미 FTA입니다. 지식재산권, 서비스 분야 개방이 대표적입니다.
▷FTA 로드맵에 미친 영향도 컸습니다.
▷여 본부장=한·미 FTA는 요즘 말로 하면 통상 부스터샷이었습니다. 현재 59개국과 맺은 22개 FTA의 기준점이 됐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글로벌 GDP의 85%에 해당하는 무관세 시장을 확보한 주춧돌 역할을 한 거죠.▷김 원장=한국의 FTA 체결 요청을 외면했던 유럽연합(EU)이 한·미 FTA 이후 전향적으로 협상에 나선 게 생각납니다. 한·미 FTA가 선진국과의 통상관계 발전에 모멘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소고기 개방 등 우려도 높았는데요.
▷김 원장=결과적으로 보면 과도한 걱정이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은 늘었지만 한우가 아니라 호주산을 대체했습니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현재 한국 콘텐츠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대답해주고 있습니다.▷안 교수=참외와 같은 한국 고유의 농산물이 과일 시장에서 밀려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블루베리, 애플망고와 같이 다양한 대체재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일부 농가는 분명 어려운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습니다.
▷한·미 FTA의 발전 방향은 무엇일까요.
▷안 교수=체결 당시만 해도 한·미 FTA는 세계에서 가장 개방 수준이 높은 무역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비교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습니다. 디지털 등 신(新)통상 분야가 그렇죠.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합니다.▷여 본부장=최근 공급망 이슈로 통상협력도 역내 블록화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미국이 새로 제안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대표적이죠. 정부는 다자적 틀에서 공급망, 디지털 이슈를 포괄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김 원장=다자적 틀과는 별도로 양자 FTA도 신통상 이슈를 담기 위해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자간 협력에 적극 나서되 양자 간 FTA도 병행해 발전시키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어떤 통상전략이 필요할까요.
▷여 본부장=양보할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가 중요하기 때문에 흑백 논리를 앞세우면 위험합니다. 최대한 함께 공존할 부분을 찾아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이뤄내야 합니다.▷안 교수=서방 세계는 민주주의, 공급망 안정 등 보편적인 가치를 명분으로 앞세워 경제 블록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엔 우리가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과 등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도 보편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정리=정의진 기자
■ 참석자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회=이정호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