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세금 중과세 완화 검토"...칼자루 쥔 국회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 중과 조치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부동산 세제에서 이뤄진 다주택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를 되돌리는 작업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모두 세법 개정사항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이 우위를 점한 국회에서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부동산 취득과 보유, 거래 등 측면에서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던 각종 불이익 조치를 상당 부분 철회하는 조치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기본적으로 투기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로 보고 이들에게 취득세와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한 거의 모든 세금을 중과했다.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모두 매각하라는 압박의 의미다.

일례로 현행 종부세법은 조정대상지역 1세대 1주택자에 종부세율을 과표에 따라 0.6∼3.0%로 설정한 데 비해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이상부터는 세율을 1.2∼6.0%로 잡는다. 다주택자에게는 2배 안팎의 세율을 적용한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출범 직후부터 별도의 종부세율을 중과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중과세율 표를 만들었고, 2020년과 2021년에는 다주택자의 세율 인상 폭을 더 크게 했다.

다주택자는 1세대 1주택자가 받는 연령·보유공제에서 배제되는 데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기본공제 상향조정(9억→11억원) 조치도 1세대 1주택자에만 한정해 두 계층 간 세금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져 있다.

세금계산기 셀리몬의 시뮬레이션을 보면 공시가 12억원 주택을 가진 A씨(60세·4년 보유)의 지난해 종부세는 33만원이다.

이에 비해 A씨가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 6억원 상당의 주택 2채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종부세 부담액은 832만원으로 불어난다. 보유한 주택의 총 가격은 같지만 세 부담에 25배 차이가 난다.

A씨가 공시가 12억원이 아닌 15억원 주택 1채를 보유하더라도 종부세 부담은 147만원으로 6억원 주택 2채를 가질 때보다 1/6 정도만 내면 된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해 종부세의 차등과세 기준을 보유주택 호수에서 가액으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다주택자에 부과하는 종부세 중과세율 체계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공시가 12억원 주택 1채를 가진 사람과 공시가 6억원 주택 2채를 가진 사람, 공시가 4억원 주택 3채를 가진 사람이 보유 주택 가격은 같은데 보유 주택 수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세제 개편은 다주택자가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사서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인지, 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인지에 대한 철학의 차이로 귀결된다.

윤 당선인이 양도소득세 측면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배제하고, 취득세 측면에서도 과도한 누진세율을 완화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새 정부는 출범 즉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종합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통령 선거에선 패배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현재 172석, 국민의힘은 105석에 불과해 새 정부가 이런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하려 해도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현실화는 어렵다.

다만 부동산 세제가 이번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만큼 새 정부의 세법 개정을 무작정 반대만 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