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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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에너지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에너지 독립'을 중요 의제로 띄우면서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클린에너지가 대체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클린에너지란 풍력과 태양광 등 탄소배출을 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를 일컫는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이 본격화한 지난달 24일부터 전일까지 11거래일간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업에 투자하는 'KBSTAR 글로벌클린에너지S&P' ETF의 가격은 21.33% 올랐다. 국내 신재생 에너지산업에 투자하는 'TIGER Fn신재생에너지'와 'KODEX K-신재생에너지액티브'는 각각 8.37%, 3.43% 상승했다. 중국의 클린에너지 테마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클린에너지SOLACTIVE'도 6% 가까이 올랐다.

올 들어서도 줄곧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클린에너지 ETF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유가 상승 의 영향이다. EU는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2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면서 유럽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산 에너지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같은 클린에너지 투자를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최근 EU는 2030년 전까지 유럽을 러시아산 화석연료로부터 독립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일환으로 연말까지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EU가 지난 8일 발행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석유와 석탄, 가스에서 자립해야 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공급업체에 의존할 수는 없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을 완화하고 가스 공급원을 다양화하는 등 행동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도 "지금 당장 신재생에너지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은 청정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유럽의 이런 행보가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로부터의 완전 자립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랍권 최대 방송사인 '알자지라'는 "유럽이 자립에 속도를 낼수록 산업계는 단기적으로 정전과 공장 폐쇄, 변동성 높은 에너지 가격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에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유럽이 탄소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큰 폭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세계 안보 위협과 환경 위협을 모두 대변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EU가 밝힌 신재생에너지 개발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세계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추세와 현 지정학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클린에너지 분야 투자매력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관련 종목에 분산 투자해 안정성을 한층 높인 ETF가 추천 1순위로 꼽힌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시장은 화석연료 급등에 따라 원유나 가스, 석탄에 대한 수요와 투자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1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 승자는 오히려 클린에너지가 될 수 있다. 화석연료 투자 재확대가 장기적인 큰 흐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유가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될 경우에 클린에너지에 베팅할 수 있겠지만, 유가 등 화석연료 가격이 더 높아질 경우에도 역시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는 늘 것이다. 클린에너지 투자가 유가 상승에 대한 헤지 차원인 것"이라며 "유가가 향후 더 오르는 내리든 클린에너지는 매력 있는 투자분야"라고 부연했다.

증권가의 낙관에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뒤늦게라도 클린에너지 상품 관련 라인업을 갖추는 모습이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ETF 상품만 내놓았던 삼성자산운용은 오는 22일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KODEX 미국 클린에너지나스닥'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미 운용사 퍼스트 트러스트의 '나스닥 클린 엣지 그린 에너지'를 기초지수로 삼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