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20시간' 비판?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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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7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그 이후에도 '주80시간 근무' 발언 등이 논란을 빚으면서 윤 당선인은 '반노동' 후보로 낙인 찍히기도 했습니다.
당시 윤후보의 발언이 게임업계의 업무 현실에 맞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자는 의미였다는 반박도 나왔지만, 진의와 상관 없이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습니다. 윤 당선인이 노동자의 권리를 퇴행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실제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주6일제로 복귀한다, 최저임금이 없어진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의 공방과 별개로 실제로 주 100시간에 가깝게 일을 하는 직군이 있습니다. 그것도 바로 국회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 재직자들의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민주당의 제대로 된 쇄신을 요구하는 이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윤석열이 이야기한 주120시간씩(국정감사, 선거 등) 근무하면서 야근수당, 주말 수당 하나 못 받고 지옥고에서 살면서, 연차휴가 한번 제대로 못쓰는 월급 190만원의 인턴들. 당신들은 이런 분들을 한번 살펴보기나 했나? 원래 90만원 받던 인턴들이 190만원이면 생활이 풍족하고 서울에 아파트 한 칸 살 수 있을 것 같나? 연차휴가 하나 제대로 못 쓰는 직원들이 12월에 고작 몇십만원 되는 연차수당 받았다고 '나는 한해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어'라고 자랑스러워 할 것 같나? 그것도 주어진 연차 중 단돈 1원이라도 손해보지 않고 수당 받는 건방진 기재부 공무원 영감들 눈치보며 읍소해서 절반이라도 받고 행복해 하는 현실. 그것도 주면 감사하다고 고개 숙이는 국회의 현실. 당신들의 최소한 청년직원들의 노동환경부터 챙기고 청년들을 챙기는 척이라도 했으면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보좌진들에게 사실확인을 해봤습니다. 대부분 "부끄럽지만 사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새벽 귀가가 잦은데 택시비마저도 잘 안챙겨 주는 경우가 많아 실제 체감 임금은 훨씬 적을 것"이라며 "조금 과장을 더하면 이슈가 있을 땐 주 100시간씩 일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국민의힘 전 보좌관의 응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회에 나가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다는 '열정페이' 정신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보좌진들의 말대로라면 인턴직원을 사용한 의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임금체불 혐의로 입건돼야 할 것입니다. 다른 면에서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법정 근로시간 초과, 수당 미지급 등을 이유로 기업 총수를 불러들이기 전에, 그리고 남의 노동공약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부터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지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요.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당시 윤후보의 발언이 게임업계의 업무 현실에 맞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자는 의미였다는 반박도 나왔지만, 진의와 상관 없이 정치권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습니다. 윤 당선인이 노동자의 권리를 퇴행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실제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주6일제로 복귀한다, 최저임금이 없어진다"는 등의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의 공방과 별개로 실제로 주 100시간에 가깝게 일을 하는 직군이 있습니다. 그것도 바로 국회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국회 재직자들의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민주당의 제대로 된 쇄신을 요구하는 이 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윤석열이 이야기한 주120시간씩(국정감사, 선거 등) 근무하면서 야근수당, 주말 수당 하나 못 받고 지옥고에서 살면서, 연차휴가 한번 제대로 못쓰는 월급 190만원의 인턴들. 당신들은 이런 분들을 한번 살펴보기나 했나? 원래 90만원 받던 인턴들이 190만원이면 생활이 풍족하고 서울에 아파트 한 칸 살 수 있을 것 같나? 연차휴가 하나 제대로 못 쓰는 직원들이 12월에 고작 몇십만원 되는 연차수당 받았다고 '나는 한해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어'라고 자랑스러워 할 것 같나? 그것도 주어진 연차 중 단돈 1원이라도 손해보지 않고 수당 받는 건방진 기재부 공무원 영감들 눈치보며 읍소해서 절반이라도 받고 행복해 하는 현실. 그것도 주면 감사하다고 고개 숙이는 국회의 현실. 당신들의 최소한 청년직원들의 노동환경부터 챙기고 청년들을 챙기는 척이라도 했으면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보좌진들에게 사실확인을 해봤습니다. 대부분 "부끄럽지만 사실"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새벽 귀가가 잦은데 택시비마저도 잘 안챙겨 주는 경우가 많아 실제 체감 임금은 훨씬 적을 것"이라며 "조금 과장을 더하면 이슈가 있을 땐 주 100시간씩 일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국민의힘 전 보좌관의 응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회에 나가 도움이 되는 경험을 쌓는다는 '열정페이' 정신이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 아직도 남아있다는 불만도 있었습니다.
보좌진들의 말대로라면 인턴직원을 사용한 의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임금체불 혐의로 입건돼야 할 것입니다. 다른 면에서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법정 근로시간 초과, 수당 미지급 등을 이유로 기업 총수를 불러들이기 전에, 그리고 남의 노동공약을 지적하기 전에, 자신부터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지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요.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