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칼럼] '21세기 덩샤오핑'이 돼야 할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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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조적 이념 아닌 생산력 신장,
국력 증진, 민생이 정책 기준 돼야"
기득권 떨쳐낸 덩샤오핑의 결단
"국민 이익과 국익이 국정 기준"
다짐 실천할 신념의 리더십 필요
이학영 논설고문
국력 증진, 민생이 정책 기준 돼야"
기득권 떨쳐낸 덩샤오핑의 결단
"국민 이익과 국익이 국정 기준"
다짐 실천할 신념의 리더십 필요
이학영 논설고문
“낮에는 늙은 덩, 밤에는 젊은 덩씨의 목소리를 듣는다(白天聽老鄧 夜間聽少鄧).”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중국인들의 일상을 요약한 말이다. 늙은 덩씨는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 젊은 덩씨는 대만 여가수 덩리쥔(鄧麗君)을 가리킨다. ‘개혁·개방’을 주문 외우듯 읊어댄 늙은 지도자의 잔소리에 온종일 시달리던 중국인들의 귀를 자본주의 여가수의 ‘첨밀밀’ 등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달래줬다.
낡은 사회주의 체제에 찌들어 있던 중국을 열린 기회의 나라로 뜯어고치기 위한 덩샤오핑의 노력은 치열하고 집요했다. 그 일을 방해한 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공산당 간부들의 반발만이 아니었다. 내던져진 상황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져 있던 중국인들을 도전과 성취의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일이 더 험난했다. 각급 직장과 학교를 통해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훈시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당 이론가들을 향해서는 “교조적 이념이 아니라 생산력 신장, 국력 증진, 인민의 삶 향상 여부가 정책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그래도 말귀를 못 알아듣고 버틴 이념의 노예들에게 던진 ‘족집게 강의’였다. “고양이는 털 빛깔이 어떻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얘기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부론(先富論)’까지 꺼내 들었다. 개인의 창의와 노력이 꽃 피울 수 있도록 규제를 풀 테니,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지라는 파격적 선언이었다. 중국이 마윈 마화텅 레이쥔 등 세계적 대부호 반열에 오른 기업가들을 배출하며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대도약하게 된 것은 심오하고 단호했던 덩샤오핑의 리더십 덕분이다.
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나라를 부흥시킨 20세기의 대표적 지도자로 흔히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꼽는다. 대처는 1980년대 중반 영국 경제를 불법파업으로 질식시켰던 탄광노조를 항복시키며 과잉복지와 만성파업의 ‘영국병’을 고쳤고, 레이건은 1980년대 초 ‘무소불위(無所不爲)’ 노조의 대명사였던 항공관제사 노조를 제압하며 미국 사회에 ‘법’과 ‘원칙’을 되찾아줬다. 두 지도자의 업적을 요약하면 “국가가 아닌 개인이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자유와 책임의 원리를 온전하게 작동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과 영국이 자유주의 진영의 확고한 리더십을 회복하면서 옛 소련이 이끌던 공산주의 진영과의 체제경쟁에서 완승을 거둔 것은 세계사적 쾌거로 기록돼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런 두 사람보다 더 뛰어난 ‘20세기 최고의 자유 개혁 지도자’로 덩샤오핑을 꼽은 것(Peace Through Strength Requires Economic Freedom, 3월 2일자 오피니언면)이 인상적이다. 엄혹하고 철통같았던 공산주의 체제를 개인의 창의가 싹트는 시장경제 체제로 뒤바꾼 위업이 대처와 레이건의 개혁정치보다 훨씬 더 힘겨운 작업이었고, 그래서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이 덩샤오핑에 대한 긴 회고를 끌어냈다. “우리는 지금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위기 극복 해법으로)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겠다. 따뜻한 복지도 성장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이 지난주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말이다.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대장정을 시작하며 했던 말과 닮은꼴이다. 처한 환경도 비슷한 게 많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달콤한 구호를 내건 현 정부의 각종 복지시책과 ‘약자 보호’를 구실 삼은 대형 노조 편향의 노동정책 강행으로 나라가 심각하게 멍들어 있다. 막강한 권력 조직으로 커버린 민주노총은 “앞으로 5년은 목숨을 건 지옥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일전(一戰)을 예고했다. 국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설득하며 지속가능한 국정 동력을 복원하는 일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덩샤오핑과 대처, 레이건의 리더십을 되새기는 이유다.
낡은 사회주의 체제에 찌들어 있던 중국을 열린 기회의 나라로 뜯어고치기 위한 덩샤오핑의 노력은 치열하고 집요했다. 그 일을 방해한 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공산당 간부들의 반발만이 아니었다. 내던져진 상황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져 있던 중국인들을 도전과 성취의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일이 더 험난했다. 각급 직장과 학교를 통해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훈시를 반복적으로 전달했다. 당 이론가들을 향해서는 “교조적 이념이 아니라 생산력 신장, 국력 증진, 인민의 삶 향상 여부가 정책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은 그래도 말귀를 못 알아듣고 버틴 이념의 노예들에게 던진 ‘족집게 강의’였다. “고양이는 털 빛깔이 어떻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이,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얘기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선부론(先富論)’까지 꺼내 들었다. 개인의 창의와 노력이 꽃 피울 수 있도록 규제를 풀 테니,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지라는 파격적 선언이었다. 중국이 마윈 마화텅 레이쥔 등 세계적 대부호 반열에 오른 기업가들을 배출하며 세계 경제 2위 국가로 대도약하게 된 것은 심오하고 단호했던 덩샤오핑의 리더십 덕분이다.
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나라를 부흥시킨 20세기의 대표적 지도자로 흔히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꼽는다. 대처는 1980년대 중반 영국 경제를 불법파업으로 질식시켰던 탄광노조를 항복시키며 과잉복지와 만성파업의 ‘영국병’을 고쳤고, 레이건은 1980년대 초 ‘무소불위(無所不爲)’ 노조의 대명사였던 항공관제사 노조를 제압하며 미국 사회에 ‘법’과 ‘원칙’을 되찾아줬다. 두 지도자의 업적을 요약하면 “국가가 아닌 개인이 자기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자유와 책임의 원리를 온전하게 작동시켰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과 영국이 자유주의 진영의 확고한 리더십을 회복하면서 옛 소련이 이끌던 공산주의 진영과의 체제경쟁에서 완승을 거둔 것은 세계사적 쾌거로 기록돼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런 두 사람보다 더 뛰어난 ‘20세기 최고의 자유 개혁 지도자’로 덩샤오핑을 꼽은 것(Peace Through Strength Requires Economic Freedom, 3월 2일자 오피니언면)이 인상적이다. 엄혹하고 철통같았던 공산주의 체제를 개인의 창의가 싹트는 시장경제 체제로 뒤바꾼 위업이 대처와 레이건의 개혁정치보다 훨씬 더 힘겨운 작업이었고, 그래서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다짐이 덩샤오핑에 대한 긴 회고를 끌어냈다. “우리는 지금 고질적인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전대미문의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위기 극복 해법으로)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겠다. 따뜻한 복지도 성장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윤 당선인이 지난주 당선이 확정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말이다.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대장정을 시작하며 했던 말과 닮은꼴이다. 처한 환경도 비슷한 게 많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달콤한 구호를 내건 현 정부의 각종 복지시책과 ‘약자 보호’를 구실 삼은 대형 노조 편향의 노동정책 강행으로 나라가 심각하게 멍들어 있다. 막강한 권력 조직으로 커버린 민주노총은 “앞으로 5년은 목숨을 건 지옥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일전(一戰)을 예고했다. 국민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설득하며 지속가능한 국정 동력을 복원하는 일이 말처럼 쉬울 리 없다. 덩샤오핑과 대처, 레이건의 리더십을 되새기는 이유다.